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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이있는책읽기] 베끼기? 따라 하기? 모방은 무조건 나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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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것을 만들고 싶어 한다. 이런 노력이 인간의 풍부한 삶과 문화를 일궈냈다. 예술도 과학도 그렇게 발전했다. 하지만 예술에서 독창성을 분명하게 강조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무렵부터다. 그 전까지는 멋진 작품을 잘 따라하기만 해도 대단한 일로 여겼다. 우리는 결국 무언가를 보고 따르게 되므로 '창조'가 아니라 '있던 것을 다시 짜 맞출 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새로운 것은 가치가 있을까? 가치가 있다면 무슨 까닭으로 그럴까? 따라하는 것은 옳지 않을까? 따라 해도 좋은 경우는 없을까?

'고양이는 나만 따라 해' (권윤덕 지음, 창비)는 따라하기의 의미를 생각해보도록 도와주는 깜찍한 그림책이다. 주인공은 뭐든지 자기와 똑같이 따라하는 고양이 때문에 투덜댄다. 고양이는 '문 뒤에 숨어도 옷장 속에 숨어도, 파리를 쫓아다닐 때도, 꽃 냄새를 맡을 때도 만날 만날' 주인공만 따라한다. 그래도 별 수 없다. 외톨박이 겁쟁이 주인공에게 고양이 말고 다른 친구는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마침내 주인공은 자기가 고양이를 따라해보기로 한다. 고양이처럼 창 밖도 용감하게 내다보고, 높은 곳에도 올라가 보고, 몸을 크게 부풀려 밖으로 성큼 나가 본다. 그러자 놀랍게도 새 친구들이 생긴다. 아이는 신나게 뛰어논다.

대학생들이 논문을 표절하지 못하도록 베끼기 방지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얘기가 있다. 수십 년 동안 국민들이 즐겨 부른 노래가 다른 사람의 노랫말을 허락 없이 베낀 것이었다는 판결도 나왔다. 이 참에 베끼기와 따라하기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방의 긍정적 측면과 표절의 부정적 측면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따라쟁이'를 싫어하면서도 그 이유를 따져보지 않았던 어린이들에게 좋은 글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지은<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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