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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매각의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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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그러나 이런 주장은 듣기에는 솔깃하지만 실상은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국부 유출이라고 하지만 외국인에게 투자를 개방한 이상 투자 이익을 내가는 것을 막을 방도가 없다. 거꾸로 투자했다가 손해를 봤을 경우 물어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세금 문제는 국세청이 어떻게든 세금을 물릴 방법을 찾겠다고 팔을 걷어붙였으니 두고 볼 일이다. 국세청이 세법에 근거해 세금을 거둘 수 있다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다면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당초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넘긴 것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에 매각과정을 중단하라는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현행법으로 매각을 중단시킬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지 3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문제 제기가 없다가 막상 팔겠다니까 이를 문제 삼는 것은 곤란하다. 만일 론스타가 이만한 대박을 터뜨리지 않았거나 손실을 봤어도 이런 주장을 했을지가 궁금하다. 검찰이 수사를 해서 과거 인수과정의 비리나 위법이 드러난다면 사후적으로 처벌과 추징을 할 수 있을지언정 지금 진행되는 매각절차를 중단시키기는 어렵다. 배는 아프지만 배는 이미 떠나고 있다.

정작 고민해야 할 대목은 앞으로 또 이런 상황이 벌어질 때 어떻게 할 것이냐다. 그러자면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넘어간 당시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과연 다른 대안은 없었을까. 당시 외환은행은 부실이 커 사실상 파산 직전에 몰렸다. 정부는 외환위기 직후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터여서 외환은행까지 공적자금을 퍼부어 살릴 입장이 아니었다. 팔려고 내놔도 선뜻 인수하겠다는 곳이 없었다. 외국의 번듯한 금융회사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고, 국내 다른 은행들은 인수할 여력이 없었다. 그나마 인수 능력이 있던 국내 대기업은 금융산업에 들어갈 수 없다는 법 규정에 막혀 아예 명함을 내밀 자격조차 없었다. 결국 위험을 무릅쓰고 들어오겠다는 론스타 이외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셈이다.

문제가 있다면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과연 은행법상 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있는 금융기관으로 볼 수 있느냐다. 엄격히 따지면 사모펀드는 은행업을 할 수 있는 금융회사로 보기 어렵다. 그러나 여기에는 이미 선례가 있었다. 한미은행 지분을 소유했던 칼라일이나 제일은행을 인수했던 뉴브리지캐피털도 사모펀드였지만 광의의 금융회사로 간주해 은행 소유가 허용됐었기 때문이다.

현재 론스타가 논란이 되는 것도 이익금의 크기가 아니라 결국은 은행을 인수한 자본이 외국의 사모펀드라는 데서 비롯된다. 여기서 외국 자본이라는 국적성이 걸린다면 어떡하든 은행 인수 자격을 국내자본으로 국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고, 단기수익을 노리는 사모펀드가 문제가 된다면 인수자격을 더욱 엄격히 제한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은행의 매각은 그 선택의 기로가 될 것이다.

김종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