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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총선 출구조사 "유권자 절반, 극우·포퓰리즘 정당 찍어"

중앙일보

입력

이탈리아 총선 출구조사에서 정당 득표율 1위로 나타난 오성운동의 31살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가 투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탈리아 총선 출구조사에서 정당 득표율 1위로 나타난 오성운동의 31살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가 투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치러진 이탈리아 총선의 출구 조사 결과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극우, 포퓰리즘 정당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퓰리즘 오성운동 31% 득표로 정당 중 1위 #반이민 동맹당 14%, 민족주의 이탈리아형제당 5% #베를루스코니 주도 우파연합 지지율 1위지만 과반 미달 #실제 개표 결과 극우·포퓰리즘 연정 꾸리면 EU에 파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연합이 최다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당초 예상과 비슷하거나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우파연합에는 반이민을 내세우는 동맹당과 파시스트 정당에 뿌리를 둔 이탈리아 형제당이 포함돼 있다. 기성 정당을 비판하며 창당 9년 만에 집권을 노리는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은 정당 중에서는 가장 높은 득표율을 보일 것으로 집계됐다. 당초 예상치보다 다소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출구조사 결과 오성운동과 동맹당, 이탈리아 형제당의 득표율 합계가 50%를 상회할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사전 여론조사에서와 마찬가지로 단독으로 과반의석을 확보한 다수당이 나오지 않아 ‘헝 의회’가 출현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럴 경우 집권 연정을 어떻게 꾸릴 것인지가 이탈리아 정치권의 과제로 떠오른다.

 가디언 등은 출구 조사만 놓고 보면 한 가지 연정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체제 정당인 오성운동과 반이민을 내세우는 동맹당, 그리고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이탈리아 형제당이 손을 잡으면 과반을 넘어설 수 있다. 오성운동과 동맹당은 유럽연합(EU)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이런 연정이 이탈리아에서 출범할 경우 유럽에서 세를 확장하고 있는 극우 포퓰리즘 세력이 유럽의 경제 3위 국가에서 집권하게 돼 EU의 결속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반이민을 내세우는 동맹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 [AP=연합뉴스]

반이민을 내세우는 동맹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 [AP=연합뉴스]

 이탈리아 선거의 출구 조사는 정확성이 떨어진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는 의원의 약 3분의 2는 정당 명부에 의한 비례대표로, 나머지 3분의 1은 지역구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한 후보를 선출하는 새 선거법이 적용됐다. 이에 따라 출구 조사의 득표율이 반드시 의석수와 비례하는 것도 아니다. 이에 따라 5일 확정될 최종 개표 결과를 지켜봐야 이탈리아 총선의 향배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이탈리아 국영방송 RAI의출구 조사에 따르면 오성운동은 31%가량을 득표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어서 집권 민주당(PD)이 21.5%로 뒤를 이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전진 이탈리아(FI)와동맹당(Lega)이 각각 14% 안팎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4일 밀라노의 총선 투표소에서 반라 여성의 항의를 받았다. 이 여성의 몸통에 '베를루스코니, 당신은 만료됐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EPA=연합뉴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4일 밀라노의 총선 투표소에서 반라 여성의 항의를 받았다. 이 여성의 몸통에 '베를루스코니, 당신은 만료됐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EPA=연합뉴스]

 실제 의석수가 이런 결과와 비슷하게 나올 경우 민주당은 FI와 대연정을 하더라도 집권이 어렵게 된다. 두 정당은 EU에 호의적이지만 손을 잡을 가능성이 더 희박해졌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오성운동의 31살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를집중 비난해와 우파연합과 오성운동의 결합 가능성은 작다. 이에 따라 실현 가능한 연정은 오성운동과 동맹당 등 극우ㆍ포퓰리즘 정당의 집합이 될 여지가 있다.

 과반을 확보한 진영이 나오지 않는 한 민주당의 현 파올로 젠틸로니 총리가 계속 총리직을 유지한다. 세르지오마타렐라 대통령은 과반을 차지할 수 있는 인물이 있는지 물색하기 위해 의회 내 여러 당과 협의를 시작한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새로운 총선이 열릴 수도 있다.

오성운동을 창립한 코미디언 출신 베페 그릴로와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 [AP=연합뉴스]

오성운동을 창립한 코미디언 출신 베페 그릴로와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 [AP=연합뉴스]

 이탈리아가 유럽에 시한폭탄을 던질 것인지는 최종 개표 결과와 이어지는 연정 협상에서 윤곽이 드러나게 됐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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