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핵은 조선의 종말” … 보도와 달리 부정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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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3호 02면

북한 노동신문 등은 지난해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형을 발사한 직후 ‘전국의 인민들이 핵무력 완성을 경축하는 국가적 행사에 대대적으로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실제로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미 CSIS, 북 주민 50명 인터뷰 #10명 중 9명 “남북통일은 필요”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운영하는 한반도 통일포털 ‘비욘드 패럴렐(Beyond parallel·분단을 넘어)’은 2017년 여름과 가을 북한 주민 50명을 인터뷰한 결과 43명이 핵무기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2일 밝혔다. 또 응답자의 70%인 35명은 북한 당국의 주장과 달리 ‘핵프로그램이 국가의 위신을 높이고 있지 않다’고, 36명은 ‘핵무기가 북한을 강성대국으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각각 답했다. 이번 조사는 빅터 차 CSIS 한국석좌(지난달 주한미대사 내정자에서 낙마)와 마리 뒤몽 부소장이 공동 주관했다. 인터뷰에서 함북 회령에 사는 중년의 한 남성(군인)은 “핵무기는 악마의 무기이며 우리나라를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할 것(extinction)”이라고 말했다. 양강도 혜산에 사는 한 남성은 “핵무기 개발은 조선민족의 종말(demise)로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남북 통일에 대해선 전체 응답자 36명 중 34명(94.4%)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21명(58%)은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통일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15명(44.1%)은 ‘같은 민족이기 때문’, 10명(29.4%)은 ‘경제발전에 도움이 돼서’, 5명(14.7%)은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각각 답했다. 평남 평성에 사는 한 남성은 “통일이 되면 땅이 넓고 날씨가 따뜻한 남쪽의 농산물을 나눌 수 있게 돼 북과 남이 모두 잘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양에 사는 한 여성은 “경제발전을 위해 통일은 필요하지만 내 생애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평북 정주에 사는 한 여성은 “아버지가 남한에 계신데 통일되면 가족을 만날 수 있어 내 삶이 부유해질 것”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36명의 응답자 중 26명(72%)은 거의 모든 가계 수입을 암시장에서 올린다고 답했다.

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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