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지분 팔고 등기이사직 내려둔 이해진…그 배경에는?

중앙일보

입력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지난해 가을 국정감사장에서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지난해 가을 국정감사장에서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해진(51·사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자신이 보유한 네이버 주식 1500억 원어치를 시간 외 매매(블록딜) 형식으로 처분했다고 28일 네이버가 공시했다.

이날 네이버에 따르면 이 창업자가 매도한 주식은 19만5000주다. 주당 처분 단가는 77만2644원, 총 매매 규모는 약 1507억원이다. 이 창업자가 보유한 네이버 주식은 142만945주에서 122만5945주로 변동됐다. 그의 네이버 지분율도 종전 4.31%에서 3.72%로 낮아졌다.

이 창업자의 이번 주식 매도는 지난해 8월 그가 자신이 보유한 네이버 주식 0.33%를 시간 외 매매로 매각한 지 약 6개월 만이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네이버는 이번에도 "이 창업자가 개인적인 사유로 주식을 매도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창업자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총수 재지정을 앞두고 행한 사전 작업이라고 해석한다.

관련기사

지난해 9월 공정위는 네이버를 준 대기업집단(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 이 창업자를 총수(동일인)로 지정한 바 있다. 공정위는 총수 지정과 관련해서 "지분율 외에도 임원 선임·신규 사업 투자 등 회사에 미치는 전반적인 지배력·영향력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 창업자를 총수로 지정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네이버는 "네이버는 KT나 포스코와 같은 총수 없는 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돼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이번에 이 창업자가 지분율을 낮춘 것도 공정거래법상 총수 지정을 받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정부에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가 26일에는 네이버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날 것을 발표한 직후인 28일 주식을 매도해 지분을 낮춘 것도 오는 5월 공정위의 총수 재지정과 관련 있다는 것이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