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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질주'...봅슬레이 4인승 썰매에 '대한민국' 새긴 사연은?

중앙일보

입력

24일 강원도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승 1차 주행에서 원윤종-서영우-김동현-전정린 조가 얼음을 가르며 질주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24일 강원도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승 1차 주행에서 원윤종-서영우-김동현-전정린 조가 얼음을 가르며 질주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 사상 처음 올림픽 메달을 딴 한국 봅슬레이 대표팀의 썰매엔 선명하게 박힌 글씨가 있었다. 대한민국. 캘러그래피로 적은 대한민국의 옆엔 ‘국가대표’와 ‘봅슬레이’라고 적힌 각인도 새겨져 있었다. 첫 올림픽 메달을 딴 썰매에 의미있는 글자가 박혀있던 것이다.

당초 이 캘러그래피는 2인승 썰매에 박혀있지 않았다. 그러나 4인승 썰매 뒷면에 갑자기 새겨졌다. 이용 봅슬레이대표팀 총감독은 “급조해서 박은 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 총감독은 “2인승을 치르고나서 선수들이 좀 더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차원에서 썰매에 직접 문구를 박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2인승보다는 4인승이 더 팀 경기 아닌가. 마지막 경기인데 대한민국이란 자부심을 갖고 경기를 임했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단어를 박았다”고 말했다. 의도는 그대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한국 봅슬레이 4인승 옆면에 박힌 대한민국 캘러그래피. 평창=김지한 기자

한국 봅슬레이 4인승 옆면에 박힌 대한민국 캘러그래피. 평창=김지한 기자

해당 캘러그래피는 이 감독 지인의 작품이다. 이 감독은 “업체에 맡길 수도 있지만 가까운 분께 변경하고 수정하면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당초 썰매에 박을 문구는 '대한민국'과 '우리 같이'가 후보로 떠올랐다. 이 감독은 “남자 선수는 상비군 포함해서 16명이지만 경기에 뛰는 건 4명밖에 안 되지 않나. 그래서 우리 모두 함께 달린다는 의미로, ‘우리 같이’도 후보에 넣었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에 문구가 위배될 수 있단 해석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하는데 KOREA보다 대한민국이 나을 것으로 봤다. 한글을 써서 자부심을 담도록 했다”고 했다.

선수들이 쓴 헬멧의 ‘건곤감리’도 화제를 모았다. 당초 이 헬멧엔 무궁화를 넣으려 했다가 건곤감리로 최종 결정됐다. 각각 헬멧에 '건곤감리'와 태극문양을 담았고, 이들이 썰매에 탑승하는 순간 하나되면서 태극기가 완성되는 조합이었다. 태극기를 만든 마음처럼 이들은 한 마음으로 힘을 합쳐 의미있는 올림픽 메달을 땄다.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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