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기 전에 우리를 구해주세요” … 15세 시리아 소년의 절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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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그 가족이 폭격으로 죽었습니다. 우리는 굶주림과 추위, 공포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너무 늦기 전에 우리를 구해주세요.”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 정부군이 반군의 거점인 동구타(Eastern Ghouta)에 무차별적 폭격을 쏟아부어 인도적 재앙이 우려되는 가운데, CNN이 21일(현지시간) 이곳의 상황을 매일같이 SNS에 기록하고 있는 15세 소년의 사연을 통해 동구타의 처참함을 보도했다.

이곳에 사는 무함마드 나젬은 폭격이 시작된 때부터 셀피와 동영상을 통해, 무너진 건물 잔해와 불안에 떨며 사는 주민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소년은 “내 친구의 집은 완전히 파괴됐으며 그와 그의 가족은 죽었다. 우리 집과 아주 가까운 곳이었다. 우리는 함께 놀던 친한 친구였지만 그는 떠났고, 나는 그 없이 혼자 남겨졌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와 함께 부상자를 옮기는 주민들, 폭격으로 연기가 자욱한 동네의 상황을 꼼꼼히 기록해 올리고 있다.

CNN은 “나젬은 공부를 계속하고 싶어하고, 기자를 꿈꾸고 있다”며 대체 왜 이 소년이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에 대해 반문했다.

내전에서 승기를 잡고 있는 시리아 정부군이 동구타에 맹공을 퍼붓고 있는 것은 이곳이 반군의 마지막 거점이기 때문이다. 정부군은 동구타를 탈환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며 국제사회의 비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외신들은 곧 지상군이 투입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때문에 약 40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동구타의 민간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시리아 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는 21일, 본격적으로 공습이 있던 지난 나흘간 300명 가까이 숨지고 14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폭격으로 부상을 입은 시리아 동구타 어린이들 [EPA=연합뉴스]

폭격으로 부상을 입은 시리아 동구타 어린이들 [EPA=연합뉴스]

정부군은 병원도 공격하고 있어, 이미 종합병원의 절반가량이 문을 닫았다. 파노스뭄치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 시리아 지역조정관은 “병원을 공격하는 일은 전쟁범죄가 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간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해온 러시아 또한 공습에 가세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으나 러시아 정부 측은 “근거 없는 비방”이라 일축하고 있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르면 22일 시리아에서 30일 동안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칠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은 “유엔 안보리 이사국 중 스웨덴과 쿠웨이트가 인도적 구호 물품 등을 전달하기 위해 30일 휴전을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안 초안을 작성했으며 최대한 빨리 표결에 부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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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또한 이곳 상황을 ‘지옥’이라 묘사하며 “동구타의 모든 전쟁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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