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 9백80억 지불" 회계법인서 결론|한중선 "실사 엉터리로 했다"소송 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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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현대 그룹과 한국 중공업사이에 8년이나 묵혀져왔던 한중 창원공장의 정산문제가 법정으로 비화됐다.
현대와 한중은 그동안 정산문제를 둘러싸고 시비를 벌여오다 금년1월 서로 합의해서 영화회계 법인에 실사를 의뢰한 결과 한중이 현대에 9백80억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자 한중 측은 실사가 잘못 되었다는 이유로 영화 회계법인을 상대로 지난3월「감사 계약금 반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1억원)을 서울지법 남부지원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영화 회계법인 역시 한중을 상대로 한중이 절반밖에 내지 않는 감사수수료 정구소송 (3천만원)을 법원에 냈다.
한편 한중 측은 영화 회계법인이 복잡하게 얽힌 정산 체계를 일방적으로 현대 측의 의견만 반영, 불과 3주일만에 실사를 끝낸데다 환율 적용 등이 부당하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처음에 천4백억 요구>
○…이 문제는 80년 7월 정부의 중화학 공업 통·폐합 계획에 따라 선 통합 후 정산 원칙아래 현대 중공업이 대우에 현대 양행(한중의 전신)을 넘기면서 빚어졌던 문제다.
현대 측은 당시의 투자와 건설대금 배당금 등을 합쳐 모두 1천4백19억원을 한중 측에 청구했으며 반면 한중은 1백72억원 밖에 줄 수 없다고 맞서왔다.
따라서 한중과 영화 회계법인간의 법정시비가 어떤 결말을 내든 간에 문제의 핵심인「정산여부」는 어차피 별도로 법정으로 가게될 것 같다.

<당국선 강 건너 불 보듯>
○…주무당국인 상공부는 이에 대해『기업들끼리 알아서 할일』이라며 딴전을 피우고 있는 실정.
특히 안병화 상공장관은 자신이 바로 한국 중공업 사장이었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문제의 내막을 소상히 알고 있고 따라서 적절한 타결 책과 정부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할텐 데도 자신의 후임 사장을 3개월이다 되도록 공석으로 놓아두고 있는 형편이다.

<민영화로 문제 풀어야>
○…어쨌든 한국 중공업 문제를 풀어 나가는 기본 방향은 정산 문제와 상관없이 국영 기업체나 다름없는 한중을 민영화시켜 나간다는 것인데 과연 누구에게 주는가가 상공부가 고민하는 속사정이다.
현대가 최근 들어 정산문제를 빨리 매듭짓자고 바짝 덤벼들고 있는 것도 사실은 돈을 받아내겠다는 것보다 한중 자체를 인수하겠다는 뜻이 더 강하다고 봐야한다.

<작년 적자 8백90억원>
○…한중의 불입 자본금은 4천2백억원, 그동안 누적적자가 2천6백억원이나 되어 자본금의 절반이상을 까먹은 셈이다. 작년 한해의 적자만 해도 8백90억원 수준이었다.
과거지사인 무리한 투자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도무지 수지를 못 맞추는 장사를 해온 셈이다. 능력 밖의 무리한 시설에다 외채부담·비효율적인 경영방식 등으로 정부의 일방적인 수주 지원에도 불구하고 연속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 점유율 10%수준>
○…한국 중공업이 중공업계에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은 10%수준. 따라서 현재 현대·대우·삼성·한국 중공업 등으로 4파전을 벌여온 기존 중공업계의 판도는 한중이 누구에게 가느냐에 따라 상당한 파란이 일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 말고도 의외로 제3의 기업에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듯. <이장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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