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주둔비 부담 대폭 증액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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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방위비 분담 문제를 주제로 한 한미 국방회담이 11일 국방부 장관실에서 열렸다. 한국 측은 오자복 장관, 미국 측은「윌리엄·태프트」국방부 부장관이 참석했다.
회담에서「태프트」부장관은 79년 90억달러 규모의 해외 주둔 미군 유지비용이 87년도에는 1백20억달러로 증가했고 특히 페르시아만 사태 등 빈번한 국지도발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 한국이 방위비 분담을 늘려줄 것을 요구했다.
「태프트」부장관은 구체적으로 한미 연합증강(CDIP) 사업비를 연6천만달러 규모로 증액할 것과 필리핀의 안보·경협 및 페르시아만 작전의 지원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오 장관은『주한 미군은 북괴의 군사도발 억제뿐 아니라 소련의 태평양 진출을 견제하는데도 중요한 존재』라는 점을 지적, 미군의 한국 주둔이 갖는 양면성을 환기하고 호혜적 입장에서 연합 증강 사업을 함께 추구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오 장관은 또『최근 미국이 안고있는 경제·군사적 어려움과 이에 따른 안보부담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전제,『한국도 능력의 범위내에서 최대한의 노력을 제공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 장관은 미국의 방위분담 요구에 원칙적인 공감을 표시하면서『그러나 한미 양국은 근시안적인 판단과 급격한 변화로 인하여 기존의 공동이익을 저해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며『장기적인 안목에서 상호보완적인 방향으로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 측은 CDIP사업에 연평균 3천4백만달러를 지출하는 것을 비롯, 부동산 시설 지원으로 12억달러, 인력지원으로 4억8천만달러, 군수지원으로 1억6천만달러 등 87년도 기준19억6백만달러를 미군 측에 제공하고 있는데 미국 측은 서독의 경우 연평균 50억∼60억달러의 방위분담을 하고 있다며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측은 주한 미군이 4만1천명에 불과한데 비해 주 서독미군은 25만명에 이르고 우리와 같은 규모가 주둔하고 있는 일본(4만5천명)은 그들의 경제력에도 불구, 12억5천여만달러(86년 기준) 만을 지원하는 점 등을 들어 미국 측의 대폭증액에 난색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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