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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접대 골프' 논란… 한국 총리 퇴진사례 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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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수신(修身)에 실패한 공직자는 평천하(平天下)도 할 수 없다."

중국에서도 공무원 골프에 대한 비판이 정면으로 제기됐다. 신화통신을 비롯한 관영 매체가 잇따라 당.정 간부들이 남의 돈이나 공금으로 골프 치는 행위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근검.근면을 강조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사회주의 영욕관(榮辱觀)'이 중국 사회의 화두로 등장한 때여서 공무원 골프에 대한 비판이 어느 때보다 강하다.

신화통신은 20일 중국 남단 하이난(海南)성의 하이커우(海口)발 기사에서 "하이커우 주변 골프장에 남의 돈으로 골프를 치는 당.정 간부들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통신은 한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주말이면 당.정 간부들이 짝을 지어 차를 몰고 골프장에 도착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하이난성의 골프장 회원권은 8만~30만 위안(약 1040만~3900만원)이고, 한 번 골프를 치는데 600~800위안이 든다. 만일 1주일에 한 번 골프를 친다면 매월 2000위안 이상이 필요한데, 이 정도의 금액이라면 처장급(서기관 상당) 간부의 월급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신화통신은 이어 "만일 합법적인 휴일에 자기 돈으로 골프를 친다면 문제가 없지만 자기 돈으로 골프 치는 간부가 거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당과 국무원은 그동안 '공무 집행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치성 오락과 신체 단련 활동에 당.정 간부들이 참여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여러 번 발표했다.

이와 관련, 신화통신은 "당.정 간부가 기업인으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는 행위는 공무원의 도덕규범에 위배되는 것은 물론 공정한 공무 집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몰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력 주간지인 랴오왕(瞭望) 동방주간도 21일 배포된 최신호(3월 23일자)에서 "이해찬 한국 총리가 골프 파문으로 최근 퇴진했다"고 크게 보도하면서 공직자의 부적절한 처신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잡지는 이 전 총리가 이번 3.1절뿐만 아니라 지난해 4월의 강원도 산불, 7월의 남부지방 비 피해 때에도 골프를 친 사실을 소개했다. 잡지는 "이 전 총리의 퇴진 배경에 정치적 원인도 있었다"는 점도 소개했다.

이 잡지는 그러나 "(이 전 총리의 퇴진은)유교 전통이 짙게 남아 있는 한국에서 '수신'을 제대로 못한 공직자는 어떤 경우든 '평천하'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켰다"고 진단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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