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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에도 ‘단짝’있다…신화남·보냉가설 봉사단 함께 손잡고 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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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10일 오전 9시 50분 부산 금정구 장애인복지관 1층 교육실. ‘신화남 봉사단’이라고 쓰인 노란 조끼를 입은 여성들이 테이블·의자를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순식간에 테이블에는 커트·파마·염색 재료 같은 미용용품이 가지런히 놓였다.

신화남 봉사단, 10일 오전 장애인10명에게 미용봉사 #보냉가설 봉사단은 다음날 불우이웃 보일러 교체해줘 #신 단장이 보냉가설봉사단에 후원, 연대봉사로 ‘유명’

이날은 신화남 봉사단이 장애인에게 정기적으로 봉사하는 날. 신화남(61) 단장과 단원 8명이 서둘러 준비를 마치자 복지관 인근에 사는 장애인들이 하나둘 교육실로 들어왔다. 순서가 안된 일부 장애인은 기다렸다.

신화남 나눔봉사단장이 10일 부산 금정구장애인복지관에서 장애우를 대상으로 단원들과 함께 미용봉사를 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신화남 나눔봉사단장이 10일 부산 금정구장애인복지관에서 장애우를 대상으로 단원들과 함께 미용봉사를 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신화남 나눔봉사단장이 11일 부산 영도구 봉래1동 저소득층 집을 방문해 미용봉사를 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신화남 나눔봉사단장이 11일 부산 영도구 봉래1동 저소득층 집을 방문해 미용봉사를 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장애인들이 의자에 앉자 봉사단원들은 커트할지, 파마할지 등을 물었다. 신 단장이 고무장갑을 낀 손등에 염색약을 가득 올린 뒤 염색을 원한 최모(72)씨의 머리카락을 양옆으로 가지런히 넘겼다. 신 단장은 익숙한 솜씨로 염색약을 바르며 같은 봉사단 박현정(43)씨에게 “머리 앞쪽부터 염색약을 바르고 머리카락은 1㎝ 두께로 나눠 골고루 약을 발라야 한다”고 가르쳤다.

박씨는 미용을 배우려고 직장을 그만둔 뒤 미용실에서 일하면서 이날 신 단장을 따라 처음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그는 “봉사활동을 하며 미용 실무를 배울 수 있어 기쁨이 두배”라고 말했다.

신화남 나눔봉사단장(맨 오른쪽)과 회원들이 10일 부산 금정구장애인복지관에서 장애우를 대상으로 미용봉사를 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신화남 나눔봉사단장(맨 오른쪽)과 회원들이 10일 부산 금정구장애인복지관에서 장애우를 대상으로 미용봉사를 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봉사단원이면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정남서(53)씨는 “종업원에게 미용실을 맡겨두고 봉사하러 왔다”며 “신 단장의 정신을 배우고 싶다”고 살짝 엄지를 치켜세웠다.

염색약을 바른 머리에 비닐 캡을 뒤집어쓴 또 다른 장애인 박모(73)씨는 “복지관에서 두세달에 한 번 염색한다”며 “늘 만족한다”고 말했다. 파마하던 장애인 임모(67)씨는 “머리를 먼저 잘라서 정리한 뒤 파마하는 게 좋다”는 봉사단원의 충고에 “그렇게 하겠다”고 맞받았다. 파마 도구를 뒤집어쓴 임씨는 “미인이 되겠다”는 봉사단원의 너스레에 “이 나이에 무슨…” 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신화남 나눔봉사단원들이 회원들이 10일 부산 금정구장애인복지관에서 장애우를 대상으로 미용봉사를 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신화남 나눔봉사단원들이 회원들이 10일 부산 금정구장애인복지관에서 장애우를 대상으로 미용봉사를 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이날 커트 봉사를 한 신은미(36)씨는 “미용기술을 배운 지 3개월 됐는데, 마네킹이 아닌 사람에게 직접 해보니 실력이 빨리 느는 것 같다”고 좋아했다.

33년 미용업에 종사해온 신화남 단장은 1986년부터 개인적으로 봉사활동을 해오다 2015년 9월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을 펼치기 위해 봉사단을 만들었다. 현 단원은 104명.

신화남 나눔봉사단장(앞줄 오른쪽 둘째)과 회원들이 10일 부산 금정구장애인복지관에서 장애우를 대상으로 미용봉사를 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신화남 나눔봉사단장(앞줄 오른쪽 둘째)과 회원들이 10일 부산 금정구장애인복지관에서 장애우를 대상으로 미용봉사를 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봉사단은 금정구 장애인복지관과 사상구 구치소, 영도구 무료급식소 등에서 매월 6차례 정기적으로, 병원이나 동 주민센터 등에서는 부정기적으로 봉사 활동을 한다. 그때마다 단원 10여명이 교대로 참여한다.

신 단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매달 대학과 고교, 영도구 장학회 등에 장학금을 내거나 장애인복지관과 봉사단체 등에 후원한다. 매월 내는 장학금과 후원금만 300만원이다. 지금까지의 총액은 1억8000여만원에 이른다. 소외계층에 미용 봉사를 한 대상자도 5만여명이다.

신화남 봉사단은 보온과 냉방·가스·설비 봉사를 하는 ‘보냉가설 봉사단’과는 ‘단짝’이다. 보냉가설 봉사단은 보일러 교체·설치 등 기술봉사를 하고 신화남 단장 등 단원들이 후원하는 등 서로 연대해 봉사활동을 해서다.

박진관 보냉가설봉사단장(맨 뒤쪽)과 심재홍 부산지회장(가운데)이 회원과 함께 11일 부산 영도구 봉래1동 저소득층 집을 방문해 보일러를 무료로 교체해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박진관 보냉가설봉사단장(맨 뒤쪽)과 심재홍 부산지회장(가운데)이 회원과 함께 11일 부산 영도구 봉래1동 저소득층 집을 방문해 보일러를 무료로 교체해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보냉가설 봉사단이 지난 11일 오전 10시 부산 영도구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한 가정에 기름보일러와 기름탱크를 교체해줄 수 있었던 것도 신화남 단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봉사활동 소식을 듣고 신 단장이 기름보일러 구매비 등 80만원을 후원한 때문이다. 신 단장은 이날 현장에 달려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머리도 직접 손질해줬다.

2007년 구성된 보냉가설 봉사단은 현재 회원 4751명과 전국에 10개 지부를 둔 전국조직이다. 불우이웃 ‘집 고쳐주기’ 같은 봉사를 주로 한다. 봉사 때는 단원인 후배들에게 기술지도도 한다. 부산 회원은 870명. 지난해 2월 전국 단장이 된 부산 출신 박진관(56) 단장은 “신 단장이 계속 후원해줘 그동안 51대의 보일러를 교체할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11일 부산 영도구 봉래1동사무소 앞에서 신화남나눔봉사단과 보냉가설봉사단 부산지회 회원들이 미용봉사와 보일러 교체 봉사활동에 앞서 파이팅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11일 부산 영도구 봉래1동사무소 앞에서 신화남나눔봉사단과 보냉가설봉사단 부산지회 회원들이 미용봉사와 보일러 교체 봉사활동에 앞서 파이팅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1985년 은행원을 그만두고 미용기술을 배우기 위해 미용실에 취업한 신 단장은 2015년 고용노동부의 미용 분야 제1호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에 선정됐다. 강의료 등 지원을 받아 특성화고 학생과 대학, 기업체 등을 방문해 미용 분야를 직접 지도하는 역할을 하는 교수다.

박진관 보냉가설 봉사단장(맨 뒤쪽)과 심재홍부산지회장(가운데)이 회원과 함께 11일 부산 영도구 봉래1동 저소득층 집을 방문해 보일러 무료 교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박진관 보냉가설 봉사단장(맨 뒤쪽)과 심재홍부산지회장(가운데)이 회원과 함께 11일 부산 영도구 봉래1동 저소득층 집을 방문해 보일러 무료 교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2008년 위암 판정을 받은 신 단장은 “지금은 완치됐지만 위암 판정을 받고는 삶을 달리 살겠다고 다짐했다. 30년간 벌고 살았으니 나머지 30년간은 모두 사회에 환원할 생각이다. 그래서 봉사활동을 한다. 여유가 있어서 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신 단장은 오는 19일부터 24일까지 부산시청 전시실에서 올림·고전 머리 등을 선보이는 ‘제27회 신화남 개인전’을 연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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