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정신 못차린 것 같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2일 단행된 민정당의 당직개편에 대해 「위기정국에 대처하기 위한 최상의 작품」이란 자체 설명에도 불구, 안팎의 반응들은 시원치 않다.
당내에선 하향식이라는 인선절차에 입들이 부어있고 『군 출신이거나 청와대 쪽과 연결되지 않고는 찬밥 신세겠구나』라며 투덜대고 있다.
앞으로 그 역할이 크게 늘어날 당대표와 국회의장에 그 동안 당내 발언권이 별무였거나 막 입당한 「신참인사」를 기용한 대신 군출신이 당무를 장악하고 대야공식창구엔 초심자를 점등을 보고 당내에서조차 『아직 정신 못차린 것 같다』는 불평이 나오고 있다.
야당가에서 『공화당독재와 유신의 주역및 12·12사태와 광주사태 책임자를 임명한 것은 총선민의를 거부하는 것』『야당과 협조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등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남의 당인사에 콩 놓아라 팥 놓아라 하는 게 그렇게 신사적인 행동 같지는 않다.
4·26전투에서 용장·지장 무수히 잃고 가용인력이 빤한 판에 어쩌겠느냐는 소리가 이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반드시 인선의 결과뿐 아니라 그 뒷 배경에도 있는 것 같다. 민정당 일각이나 청와대 쪽에서의 발상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야당과 협조노력은 하겠지만 안되면 대통령중심제인데 그대로 밀고가면 그뿐이라는 생각이 감춰져 있는게 아니냐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번 인사가 총선 패배에 따른 자체점검이나 팽배돼 있는 당내불만을 전혀 수렴하지 않은채 민주적 절차나 상향식이 아닌 「밀실-하향식」의 「강여」때 방식을 되풀이 한 것도 바뀌지 않은 당내 풍토를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새로운 정치구도를 진정한 민주발전의 계기로 삼겠다는 얘기가 진정이라면 당의 모습부터 민주체질로 거듭 태어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자체 민주역량은 내무 비판세력이 커지고 다양한 의견개진이 이뤄지는 풍토 속에 절차·과정도 민주주의 원칙을 따르는 당내민주화로부터 축적되어진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는 비단 민정당에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다.
민정당의 당직개편과 3야의 체제정비과정을 보면서 민주발전의 계기로 삼으려는 의지가 부족하거나 위기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절실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허남진<정치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