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에 일어선 김여정, 과거엔 상상도 못할 장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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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출신 기자가 밝힌 올림픽 개막식에서 깜짝 놀란 일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뒤쪽의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함께 일어서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뒤쪽의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함께 일어서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처음 대면했던 올림픽 개막식에서 대부분 그냥 지나쳤지만, 탈북자 출신 기자의 눈에 띈 한 장면이 있다.

9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은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해 외빈 석에서 관람했다. 두 사람은 정중앙 문 대통령의 뒷좌석 두 자리를 배정받았다.

문 대통령은 개회식 시작에 앞서 외빈들과 차례로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김여정과 처음으로 악수했다. 김여정은 문 대통령이 다가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환한 웃음으로 문 대통령이 내민 손을 잡았다.

잠시 뒤 애국가가 흘러나오고 태극기가 게양되자 김여정과 김영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북한 응원단도 모두 일어서기는 마찬가지였다.

[사진 주성하 기자 페이스북]

[사진 주성하 기자 페이스북]

이에 대해 탈북민 출신 주성하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론들이 그냥 지나쳐 넘어갔던데, 사실 이번 올림픽 개막식에서 내가 깜짝 놀란 일이 벌어졌다”며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제창 때 북한 응원단과 김영남, 김여정도 모두 일어섰다”고 적었다.

주 기자는 “아마 북한 사람이 ‘적국’인 한국 국기 게양과 국가 제창에 일어선 것이 처음 아닐까 싶다”며 “그 의미를 잘 몰라서인지 어떤 언론도 쓰지 않아 현장에 갔던 기자에게 물었더니 틀림없이 일어서 있었다고 한다. 그건 북에서 정치범으로 몰릴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 최고 존엄이 어떻고, 공화국 존엄이 어떻고 하며 손톱만큼도 양보하지 않고 펄펄 뛰던 북한이 그런 것까지 감수했다니, 이건 북한이 엄청나게 유연해질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9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뒤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함게 일어서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9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뒤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함게 일어서 있다. [연합뉴스]

이어 “반대로 자유국가라는 한국의 청와대 고위인사가 평양에 가서 북 인공기 게양과 국가가 울릴 때 기립했다면 어떤 비난 공세에 직면했을지 상상하면 의미가 와 닿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방남에서 김정은은 김여정을 특사로 파견해 문 대통령에게 친서와 방북 요청을 전달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역시 12일 “북한이 지금까지는 매우 강경한 입장을 보이다가 전격적으로 바뀌었고 이런 부분을 잘 잡으면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한 다소 완화된 입장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라며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김일성의 유훈을 명분으로 진전된 입장을 보일 수 있고 이를 위해 우리 정부가 여건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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