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운동권 조직개편 활발|4·26총선 이후 대학가 새 동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대학운동권의 조직개편작업이 활발하다.
특히 대학간 연대기구결성작업이 본격화 되고있는 가운데 올해의 운동권공개조직은 서울대중심의 민민투계열「서울지역 대학생 총연합」(서학련)과 고대중심의 자민투계열「서울지역총학생회연합」(서총련) 으로 2원화될 전망.
「서학련」은 서울대·성대·동국대등 민민투계열이 주도권을 잡고있는 대학의 총학생회가 주축이 되어 이미 지난달 12일 「서학련 건설추진위원회」(서건추)를 결성했으며 이번 달 중순까지 「서학련」조직을 갖춘 뒤 이미 발족한 「경기지역 학생연합건설추진위원회」등과 연계, 전국단위의 「전국대학생총연합」(전학련)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86년초 한국사회성격에 대한 대자보논쟁을 벌이면서 민민투와 자민투로 나누어졌던 학생운동의 2대 노선중 대부분 대학에서 소수파로 남아왔던 만민투그룹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그 세력이 급속도로 확장돼 지난 4월의 서울대 총학생회장선거에선 당초 예상을 뒤엎고 회장을 당선시키기도 했다.
이들은 특히 지난해 대학간 연대기구였던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과 「서대협」(서울지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 대통령 선거참여과정에서 ▲후보단일화론 ▲김대중씨지지론 ▲민중후보론등으로 3분된채 끝내 의견을 통일시키지 못했던 점등을 비판, 「협의체 수준의 한계를 넘어 소수는 다수의사에 복종하고 통일된 행동을 바탕으로 강력한 연대행동을 펼 수 있는 기구결성」을 주장하고있다.
한편 「서총련」은 고대·연대등 자민투계열이 주도권을 잡고있는 대학의 총학생회가 주축이 되어 지난달 30일까지 동·서·남·배의 4개 지구별 공청회를 마친 뒤 오는 4일과 5일 각대학대표들로 전체대의원총회를 갖고 의장단을 선출할 예정이다.
「서학련」이 85년 당시의 공개조직이었던 「전학련」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반면 지난해의 연대기구였던「전대협」과 「서대협」을 모체로 하고 있는 「서총련」은 지난1월 「서대협」총회에서 87년 활동에 대한 자기비판을 통해 조직개편논의가 시작된 뒤 「서대협 발전적 계승론」과 「새로운 대학간 연대기구 재편론」등으로 맞서는 내부진통 끝에 3월말에야 서대협 해체를 결의하는등 「서총련」결성파에 비해 출발은 늦었으나 총학생회 참여수등 세력에 있어서는 「서총련」보다 지지기반이 훨씬 두텁다.
이들 조직들은 어느 한쪽도 아직 대세를 잡지는 못하고 강령과 조직구성안 등을 통해 「총학생회단위의 참여를 원칙으로하나 불가피할 경우엔 해당대학의 대표자를 별도로 인정한다」는 단서를 달아 노선을 달리하는 총학생회가 구성된 대학도 자파세력 중심으로 연대조직결성에 참여시킨다는 방침으로 세력확대에 노력중.
이들은 공개조직결성이전까지 막후접촉과 공청회등을 통한 통합노력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나 노선차이등으로 그 가능성은 매우 적은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군부독재타도」와 「민중의 지배」를 중시하는 민민투계열의 「서총련」은 「노학연대」 「도시빈민 생계투쟁지원」등 민중생존권 투쟁을 통한 억압계층과의 연대와 함께 광주항쟁등 5공화국의 비리를 중점 규탄하면서 지난해 6월 투쟁과 같은 범국민적 항쟁을 불러 일으킨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에 비해 자민투그룹의 「서총련」은 대미종속과 매판권력 및 분단상황의 극복을 상대적으로 중시, 「노학연대」 「5공화국 비리규명」 등의 「반파쇼민주화투쟁」과 함께 「수입개방반대」「분단올림픽반대」 「남북학생 통일대장정개최」등의 「반미자주화투쟁」 「조국통일촉진투쟁」을 병행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조직과 전략에서 두 조직간의 갈등은 불가피하겠지만, 지난 총선 시기에서 특정정당후보낙선운동·민주인사 지지등을 내걸고 재야단체들과 함께 「총선투쟁연합」결성에 공동 참여했던 것처럼 특정 이슈에 대해서는 공동보조를 취한다는 입장도 갖고 있어 노학연대·광주항쟁 진상규명등 현안에 대한 이들의 투쟁이 본격화될 경우 대학가는 2개 조직이 경쟁적으로 행동에 나서, 총선 이후 또 한번의 뜨거운 바람을 일으키는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도 없지않다.

<민병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