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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일방 외교 美 국익 해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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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대놓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9.11테러 이후 이라크전 초기 때까지만 해도 미국을 압도한 반테러.애국심의 분위기 때문에 부시의 경쟁자들은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공격하는 것에 조심스러웠다.

때문에 내년 대선에서 부시는 대테러전.이라크전 승리를, 민주당 후보들은 경기불황.실업 등 경제문제 비판을 주요 무기로 삼을 것으로 예견됐었다.

하지만 경제는 회복기미를 보이기 시작하고, 이라크 전후 처리가 늪에 빠지면서 국내외적으로 부시의 일방주의 외교에 대한 실망과 우려가 높아가자 둑의 구멍으로 물살이 몰리듯 민주당의 맹공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도마에 오른 부시 외교=2일 민주당 대통령 후보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존 케리 상원의원은 NBC 등 방송에 출연해 "부시 대통령이 나라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고 비난했다.

케리 후보는 "부시의 외교정책은 교만하고, 미국은 다른 나라로부터 영향력과 존경심을 잃었다"면서 "대통령 자리는 국가안보와 외교 이슈에 대한 훈련을 받는 곳이 아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후보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는 홈페이지에서 "부시 대통령 아래서 미국 외교는 길을 잃었다"며 "미국은 다른 나라에 대한 도덕적 리더십을 상실했고 우리는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리버먼 상원의원도 지난달 말 언론 기고를 통해 "이라크전은 정당했지만 부시의 외교는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방주의 비판=후보 경선자들은 특히 부시의 일방주의 외교(unilateralism)를 문제삼고 있다. 딘 전 주지사는 "미국과 나머지 나라로 세계를 분류하면 안된다"며 "동맹국들과 목표를 함께 공유하면서 나가야 한다"고 부시를 공격했다.

케리 의원도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에서 유엔을 배제하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나쁜 결정을 내렸다"며 "다른 나라들과 협조관계를 구축해야 하며 혼자 위험을 감당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리버먼 상원의원은 "미국의 국제적 입지는 약화됐으며 우리 편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당의 나머지 대선 후보 경선자인 존 에드워드(노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 리처드 게파트(미주리) 하원의원, 밥 그레이엄(플로리다) 상원의원, 데니스 쿠시니치(오하이오) 하원의원, 케를 모슬리 브라운 전 상원의원, 흑인 민권운동가 앨 샤프턴 등은 아직 부시 외교에 대한 본격적인 비난은 삼가고 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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