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Talk] 이상화-고다이라, 양키스와 레드삭스 평행이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6일 강릉 스피드 스케이트 경기장에서 훈련하는 이상화(왼쪽)와 고다이라(왼쪽 둘째). 강릉=오종택 기자

지난 6일 강릉 스피드 스케이트 경기장에서 훈련하는 이상화(왼쪽)와 고다이라(왼쪽 둘째). 강릉=오종택 기자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같지 않은가."

'빙속 여제' 이상화(29·스포츠토토)를 지도하는 케빈 크로켓(44·캐나다) 코치에게서 메이저리그 팀 이야기를 들을 줄은 몰랐습니다. 이상화와 고다이라 나오(32·일본)의 500m 대결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며 메이저리그의 소문난 맞수를 이야기하기 전까지는요.

크로켓 코치는 9일 강릉 스피드 스케이트 경기장에서 이상화와 함께 훈련했습니다. 크로켓 코치는 한국 대표팀을 지도하며 이상화의 2014 소치올림픽 우승을 견인했죠. 이후 대한빙상경기연맹과 계약이 끝나면서 한국을 떠났지만 이상화는 크로켓 코치를 신뢰하며 자신의 지도를 맡기고 있습니다. "베스트 프렌드이자 나의 약점을 잘 아는 사람"이란 게 이상화 선수의 표현입니다.

2003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7차전에서 애런 분의 끝내기 홈런으로 승리를 거둔 뉴욕 양키스. [뉴욕 AP=뉴시스]

2003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7차전에서 애런 분의 끝내기 홈런으로 승리를 거둔 뉴욕 양키스. [뉴욕 AP=뉴시스]

흥미로운 건 크로켓 코치가 "이상화와 고다이라의 이번 대결은 스포츠에서 나올 수 있는 매우 대단한 경기다. 메이저리그 양키스와 레드삭스의 대결처럼 엄청난 레이스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 올림픽 2연패(連覇)를 달성한 이상화는 역대 2번째로 겨울올림픽 3연패에 도전합니다. 이상화의 가장 큰 적수가 고다이라입니다. 고다이라는 앞선 두 번의 올림픽에선 노메달에 그쳤지만 최근 2년간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아마 야구 팬이라면 다들 아실겁니다.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대표적인 명문구단이자 라이벌이죠.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스프린터인 이상화와 고다이라를 비유한 게 썩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 기자들의 말에 따르면 고다이라 선수에 대한 일본의 기대도 굉장합니다. 일본 대표팀 주장인데다 500m, 1000m 2관왕까지 노리고 있으니까요. 크로켓 코치는 "이상화가 전국민의 기대 속에 굉장히 큰 부담을 느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안다. 고다이라도 굉장한 선수다. 둘의 대결은 굉장히 흥미로울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2004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3패 뒤 4연승을 거둔 보스턴 레드삭스.

2004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3패 뒤 4연승을 거둔 보스턴 레드삭스.

객관적인 전력에선 고다이라가 앞서 있는 게 사실입니다. 최근 2년 동안 기록은 보면 말이죠. 하지만 이상화는 언제나 궁지에 몰렸을 때 그걸 뛰어넘곤 했습니다. 콜롬나에서 열린 2016년 세계선수권 당시 모든 사람이 "장훙이 이상화를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뛰어넘는 걸 제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기 때문에 더 그런 믿음이 생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훈련 진행 상황도 좋습니다. 이상화는  지난 5일 입국하기 전까지 크로켓 코치가 지도하는 캐나다 대표팀과 함께 독일에서 개인훈련을 했습니다. 잘 알려진대로 캐나다에서 열린 대회에 출전해 37초18의 뛰어난 기록을 내기도 했죠. 크로켓 코치는 "이상화의 몸 상태도 좋고 컨디션도 좋다. 성공적으로 준비했다"고 말했습니다.

PS 크로켓 코치는 "누가 양키스이고, 누가 레드삭스인가"란 질문엔 "절대로 답변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양키스는 월드시리즈에서 27회 우승, 레드삭스는 8회 우승했습니다. 제가 보기엔 이상화 선수가 양키스인 거 같은데요. 크로켓의 생각도 그렇겠죠?

강릉=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