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동 전 국세청장 재소환…DJ 뒷조사 관여 혐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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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대북공작금을 활용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뒷조사를 하고 음해공작을 펼쳤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가 탄력을 받고 있다.

이현동 전 국세청장 검찰 재소환 #DJ 음해공작한 국정원과 협조 #국세청 차장이던 2010년부터 가담 #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7일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음해공작인 이른바 ‘데이비드슨 프로젝트’를 도운 대가로 국정원으로부터 수천만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현동 전 국세청장(62)을 재차 소환했다. 이 전 청장은 지난달 31일에도 소환돼 11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새벽에 귀가했다. 이날 오전 재소환돼 검찰청 포토라인에 선 이 전 청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느냐’ 등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 없이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이현동 국세청장 [중앙포토]

이현동 국세청장 [중앙포토]

데이비드슨 프로젝트는 김 전 대통령이 미국 차명계좌를 통해 수조원의 비자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해외 풍문을 확인하고 그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공작이었다. 검찰은 국정원의 협조 요청을 받은 이 전 청장이 미국 국세청에서 일하는 한국계 직원에게 뇌물을 건네며 이 비자금을 추적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대북공작금을 전직 대통령에 대한 풍문을 확인하고 공작을 벌이기 위해 사용한 것 자체가 문제다. 국정원이든 국세청이든 그 어떤 명목으로라도 특정 정치인의 비위를 뒷조사하는 건 본래 임무와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전 청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국세청 차장이던 2010년부터 데이비드슨 프로젝트에 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8월 국세청장으로 취임한 뒤에도 약 2년간 국정원과 공조 관계를 유지했다. 이 전 청장은 2008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장이던 시절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파견돼 경제 정책을 만드는데 기여했고, 인수위 종료 이후엔 청와대로 입성해 당시 재정경제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지냈다. 'MB 아이디어맨‘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로 통한다.

검찰은 국정원이 이 전 청장을 연결고리로 국세청 직원들과 연합해 김 전 대통령 및 주변 인물들의 현금 흐름 등을 함께 추적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을 비롯 정치 공작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전현직 국세정 직원들을 소환조사했고 앞으로도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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