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후 장세 당분간 위축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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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민정당이 국회의원총선에서 과반수 의석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선거결과가 밝혀진 27일 증시주가가 업종구분없이 폭락세를 보였다.
총선결과가 주가에 장기적으로 어떻게 반영될 것인가는 아직 속단키 어렵지만 대통령중심제가 시행돼 온 이래 집권여당의 국회의석이 과반수에도 못미치는 처음 경험하는 사태를 맞아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반영된 장세라고 할 수 있다.
4월들어 국내증시는 주가가 옆걸음질 치는 가운데 거래량이 크게 줄어드는 관망세를 보여왔는데 이는 투자자들이 본격적인 투자시점을 총선이후로 겨냥하고있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인 예상은 집권 민정당이 과반수이상의 이른바 안정세력확보는 무난히 이룰 것이라는 관측이 강했기 때문에 이같은 예측이 뒤집어진데 대해 증시주변에서는 다소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어쨌든 당분간은 투자심리가 위축되지 않을까하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주가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는 큰손등의 향배가 주목거리인데 본격적인 매도·매입등 적극적인 전략보다는 장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방향을 접아가는 방어적인 전략을 구사하지 않을까 예상된다.
그러나 그간의 총선과 주가와의 상관관계로 볼때 총선자체가 주가형성의 기본적 변수가 된 적은 없고 결국은 당시의 경제여건에 따라 주가가 좌우되어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근본적인 대세는 낙관해도 좋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기본적으로 증시주변의 자금사정이 매우 풍부하고 부동산투기에 대한 규제는 강화되면 강화됐지 완화폭으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상대적으로 증시주변의 자금이 이탈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
또 과거의 증시와는 달리 최근의 포철공개로만 3백만명 이상의 국민주주가 생기는 등 투자층의 저변확대가 이뤄졌고 또 「개미장세」로 불릴 만큼 이들 소액투자자들의 집단적인 움직임이 주가형성에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는 터에 몇몇 거액투자자의 이탈로 증시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은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또 최근 3저의 잇점들이 다소 퇴색되고는 있지만 경제는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되고 올림픽과 관련된 특수요인, 동구권과의 관계개선, 자본자유화의 본격적 진행등 대형호재들이 상존해 있다는 점도 대세낙관론의 지속에 가능성을 더해 주고있는 대목들이다.
그러나 이같은 경제외적변수가 생겼을 경우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이른바 뇌동매매다.
근거없는 불안심리가 확산될 경우 자칫하면 주가의 붕괴현상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회구성에서 집권당이 과반수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해도 우리의 정치형태가 기본적으로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고 있고 또 증시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경제문제에 관한 각당의 시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것등을 감안할 때 선거결과로 인해 급격한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작년말 대통령선거다음날 주가가 사상최고의 폭등세를 보였었다는 점을 감안할때 역으로 단기적으로는 다소의 흔들림도 있지 않을까 여겨진다.
그러나 올들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각국의 증시가서구와는 달리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경상수지흑자의 확대, 자본자유화 조치등으로 자금유입이 가속화돼 금융강세의 경향을 강하게 띄고 있다는 점, 또 이같은 기본적 추세에 별다른 변동이 있지않을 것이라는 점등을 감안할때 감정에 휩쓸린 매매가 아닌 신중한 투자자세가 요구된다하겠다. <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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