標準<표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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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9호 29면

漢字, 세상을 말하다

쓰임새가 퍽 많은 낱말이다. 앞 글자 標(표)는 나무를 뜻하는 木(목)과 무엇인가를 적어 세운 간판 형태의 물건인 票(표)의 합성이다. 따라서 처음에는 어떤 내용의 지시 사항을 알리는 설치물 정도의 뜻이었다고 본다. 그로부터 뭔가를 제시하는 물건, 나아가 과녁 등의 뜻도 붙었다.

準(준)은 물(氵)이 등장하고 날카로운 시력을 지닌 맹금류의 새 隼(준)이 보인다. 수면을 날카롭게 바라보는 새라는 뜻으로 풀 수 있다. 그로부터 아마 일정한 기준을 이루는 고요한 수면의 뜻도 얻었을 것이다.

결국 나무 앞에 세워진 標(표)가 땅 아래 감춰진 뿌리라는 뜻의 本(본)과 대조를 이루면서 ‘나뭇가지 끝’이라는 새김을 얻었을 것이고, 準(준)은 날카로운 새가 바라보는 물 위의 평면이라는 원래 뜻에서 어느덧 수면이라는 의미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그래서 표준(標準)으로 적으면 사물과 상황을 빗대 견줘보는 나뭇가지의 끝, 높고 낮음을 살필 수 있는 수면이라는 뜻이다.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뜻이 ‘표준’이다. 영어로 적으면 standard이겠다. 말뜻은 굳이 풀 필요가 없을 듯하다.

이 표준은 견줌의 토대라서 매우 중요하다. 본보기에 해당해서 그렇다. 일을 이루고 펼치기 위해서는 항상 필요하다.

나무를 목재로 다듬을 때 치는 먹줄인 승묵(繩墨)도 표준과 동의어다. 準繩(준승)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규구(規矩)라는 단어도 마찬가지다. 동그라미를 그리는 컴퍼스가 規(규), 선을 긋는 자가 矩(구)다. 규칙(規則)과 규율(規律), 규범(規範), 규준(規準) 등의 단어도 다 이를 토대로 파생했다.

대한민국 법조(法曹)의 위상이 마구 흔들린다.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정치적 수사에 자주 나서는 검찰, 시정잡배처럼 막말 쏟아내는 판사, 사법처리의 대상으로 오르는 변호사…. 게다가 성추행이라는 늪에 검찰이 빠져들면서 법조인의 추락이 깊어진다. 법으로 표준을 세워 사회의 근간을 유지해야 할 우리 법조의 끝없는 타락이 올해 겨울의 추위를 더 스산하게 만든다.

유광종
중국인문 경영연구소 소장
ykj33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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