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하늘 누비는 첫 기상 항공기 … 매일 ‘풍선’ 1700만원어치 띄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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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달 30일 강원도 평창 상공. ‘하늘 위의 종합 기상관측소’라는 기상청 기상 항공기가 둥실 날아올랐다. 항공기가 구름으로 들어가자 날개에 달려 있던 연소탄이 하나씩 터졌다. 기상 조절 기술 중 하나인 ‘인공증설’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인공증설(증우)은 빗방울로 자라지 못하는 구름에 인위적으로 구름 씨앗을 뿌려 원하는 곳에 눈(비)을 내리게 하는 기술이다.

겨울올림픽 날씨와의 전쟁

이날 첫 비행을 마친 기상 항공기는 인공증설 실험 외에도 평창 상공의 구름 특성을 분석했고, 미세먼지 농도도 측정했다.

도입 계획을 세울 때부터 실제 도입이 이뤄지기까지 무려 10년이 걸린 국내 첫 기상 항공기의 데뷔 무대가 바로 평창 겨울올림픽이 됐다.

동해서 1개 170만원짜리 풍선 투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9일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기상 항공기는 6일부터 올림픽 무대인 평창 상공을 매일 비행하면서 항공관측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특히 ‘기상 공백 지역’으로 분류되는 동해상에 풍선이 달린 ‘드롭존데(Dropsonde)’를 매일 10개씩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폭설 등 이상기후에 대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드롭존데는 하나에 170만원 정도인 고가의 기상 관측 장비로, 하늘에서 하강하는 동안 기온·습도·풍향·풍속 등을 0.25~0.5초 간격으로 측정한다. 측정이 끝나면 바다에 떨어져 가라앉기 때문에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다. 보통은 태풍의 진로를 예측하는 데 쓰인다. 기상청 관측예보연구과 이철규 연구관은 “겨울철 평창의 기상은 주로 동쪽의 영향을 받지만 동해상에서는 관측이 어렵다”며 “드롭존데로 얻은 측정 자료를 올림픽 기간 기상 예측에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날씨가 겨울올림픽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크다. 2014년 러시아 소치올림픽에서는 이상고온 현상으로 인해 경기장의 눈이 녹으면서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는 데 곤욕을 치렀다. 반대로 이번 평창올림픽의 가장 큰 변수는 강력한 추위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평창은 고도가 700m 정도로 높고 만주평야와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강풍으로도 유명하다”며 “올해 올림픽은 가장 추운 겨울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금까지 가장 추운 겨울올림픽은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대회로 평균 영하 11도를 기록했다.

미세먼지 측정, 인공강설 실험도

당장 올림픽조직위원회가 걱정하는 것은 개막식이 열리는 9일의 날씨다. 강원도 평창은 다음주 초에 최저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했는데, 바람까지 불면 체감기온은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 다행인 건 7일을 기점으로 기온이 점차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는 점이다. 9일에는 평창의 기온이 영하 11도에서 영상 1도를 기록할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올림픽기상예보센터 이승법 예보관은 “아직 변동성이 크지만 개막식이 열리는 오후 7~9시 기온은 영하 10도 안팎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막식 때 평창 영하10도 안팎 예상

날씨는 경기력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스키나 스노보드 등 야외 종목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특히 폭설이 내리면 스키 종목에 악재가 될 수 있다.

올림픽기상정보센터 윤기한 예보관은 “현재 경기장 위의 설질은 얼음판처럼 단단하기 때문에 눈이 내리면 경사를 따라 완만한 데로 모이게 되면서 부상을 유발할 수 있다”며 “눈이 오면 바로 빗자루나 송풍기를 이용해 경기장 위의 눈을 다 치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주춤했던 한파가 주말부터 다시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기상청은 “3일 낮부터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떨어지겠다”고 예보했다. 4일은 봄이 시작된다는 절기인 입춘(立春)이지만 서울의 아침기온이 영하 13도까지 떨어지는 등 강추위가 예상된다. 또 대전 영하 11도, 부산 영하 8도를 비롯해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이 영하권에 들어가는 강추위가 이어지겠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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