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한 구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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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9년에 혁명으로 쫓겨난 이란의「팔레비」국왕이 해외에 도피한 재산에 대해 구구한 논란이 있었다..
이란의 새 정부는 79년에 3백20억 달러의 재산반환 및 2백억 달러의 벌과 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뉴욕법원에 제기했었다.
그러나 그때「팔레비」가 대변인이 밝힌「팔레비」의 재산은 고작 5천만달러·내지 1억 달러였다.
이 문제를 다룬 뉴욕의 변호사는「팔레비」가 25년간에 걸쳐 교묘히 처리해 둔 재산을 밝혀 내려면 최소 5년은 걸린다고 했다. 그의 재산은 대부분「신뢰할 수 있는」개인들에게 양도돼 있었고 그들은 충성스런 사람들이라 추적이 사실상 어려웠다.
이란 정부가 반환을 요구한「팔레비」재산은 83년에 5백60억 달러까지 늘었으나 소송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이란은 영국에 있던「팔레비」의 88만 달러 짜리 롤스로이스 차 2대와 세인트 모리스의 별장, 액수 미상의 주식만을 회수할 수 있었을 뿐이다.
중앙 아프리카의 전 황제「보카사」가 79년에 추방되었을 때 그 나라 정부가 발표한 그의 개인 재산도 대단했다.
최고급 리무진 승용차 3백대, 벨기에와 스위스 등에 있는 대저택 19채, 프랑스의 2개성과 4채의 대저택과 수백km의 사냥터다.
전 아이티의 종신 대통령「뒤발리에」는 망명 전에 파리 근교에 12억 원 짜리 성을 사 둔 뒤 망명 후 새로 3억 원 짜리 저택도 마련했다.
독재자들이 그런 엄청난 권력을 갖고도 뒤가 두려워 해외에 재산을 빼돌려야 했다는 건 아이러니다.
새마을 사건의 전경환씨가 재산 해외도피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한 야당지도자는『전씨가 해외에 도피시킨 재산이 1백억 원은 넘는다』는 소문을 전하고 있다.
또 다른 야당 지도자는『전전 대통령 일가가 호주와 미국에 막대한 재산을 도피시키고 있다』는 등의 소문도 들추고 있다.
사실의 진부는 아직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부정과 비리가 판치던 한 정권의 덮개를 들춰보면 이처럼 불쾌하고 구린 구석이 도처에 산재하게 마련이란 것을 다시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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