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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버려졌던 잠사공장, 예술 날개 달고 날아오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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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잠사공장 등 6개 동을 리모델링 해 만든 전남 나주 나빌레라문화센터. [프리랜서 장정필]

잠사공장 등 6개 동을 리모델링 해 만든 전남 나주 나빌레라문화센터.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나주 한복판인 금성동에는 빨간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지은 건물이 있다. 우뚝 솟은 건물의 철제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오래된 듯한 외관과는 달리 내부 벽면에는 흰색 페인트가 깔끔하게 칠해져 있다. 바닥에는 원목 느낌을 주는 마감재가 깔려 있다. 도심 유명 갤러리를 연상케 하는 ‘나주 나빌레라 문화센터’다.

‘나주 나빌레라 문화센터’ 가보니 #일제강점기 누에고치서 실 뽑던 곳 #방치 폐시설 57억 들여 리모델링 #전시실·소극장 등 문화공간 변신 #녹슨 출입문 등 옛 흔적도 볼거리

‘나나센터’는 원래 일제강점기 누에고치에서 명주실을 뽑아내던 공장인 ‘나주잠사’였다. 1970년대 후반까지 활발하게 운영되던 공장은 화학섬유 산업 발달로 문을 닫았다. 별다른 용도 없이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한 공장은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폐 산업시설 문화재생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문화·예술 공간으로 지난해 10월 재탄생했다.

국비와 시비 등 57억원을 투입해 리모델링한 나나센터는 대지면적 5117㎡, 연면적 2187㎡ 규모다. 총 6개 동과 굴뚝 1개로 구성돼 있다. 가·나·다동은 전시공간과 음악 창작실이다. 나머지는 80석 규모의 소극장, 4개 실 크기의 게스트하우스, 사무실 등이다. 나주시가 직접 운영해 문화·예술 거점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개관 직후 열렸던 한·중 작가 6명의 전시회. [프리랜서 장정필]

개관 직후 열렸던 한·중 작가 6명의 전시회. [프리랜서 장정필]

건물 곳곳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외부에서 전시공간으로 들어가는 철제 출입문은 테두리 등 일부에 녹이 슨 모습을 그대로 유지했다. 전시공간 한쪽에는 잠사공장에서 쓰던 화물용 승강기가 놓여 있다. 요즘 건축물에서는 보기 어려운 건물 내 가파른 계단도 안전을 고려해 새로 만들긴 했지만, 원래 형태와 구조를 최대한 유지했다.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과 함께 옛 잠사공장을 구경하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조지훈 시인의 시 ‘승무’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나주 나빌레라 문화센터’라는 이름은 이곳의 역사적인 의미와 기대를 담아 지었다. 누에고치가 나비가 돼 훨훨 날아오르듯 그동안 흉물처럼 방치됐던 역사 공간이 시민을 위한 문화·예술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현재 나나센터에서는 ‘나주기록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나주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전은 다음달 말까지 진행된다. 나주의 근대 모습을 표현한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돼 있다. 앞서 개관 이후 ‘한·중 대표작가 교류전’(지난해 10월 18일~12월 20일), 김진송 작가의 ‘목수 김씨전’(지난해 10월 18일~11월 17일) 등이 열려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다.

나나센터는 시민 참여형 공간으로도 적극 활용될 예정이다. 일부 공간을 시민들이 직접 제작한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장소로 쓰는 게 골자다. 버려진 페 산업시설이 원래 모습을 유지하면서 도심 갤러리이자 시민들도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나주시 윤지향 문화예술팀장은 “지역 여건상 문화·예술 욕구를 충족하기 어려웠던 시민들이 편하게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며 “문화예술인들과 협력해 시민 중심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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