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로 갈라선 안철수·박원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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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박원순. [뉴시스]

박원순. [뉴시스]

“요즘 안 대표님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섭니다. 정치가 이렇게 사람을 바꾸어 놓는가 절망감이 듭니다.”

2011년엔 “평생 갈 신뢰”라더니 #“포퓰리즘” “절망감 든다” 맞서 #서울시장 출마 선언한 우상호도 #“보여주기 정책” 박 시장 때리기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일부다. ‘안 대표님’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가리킨다. 박 시장은 “안 대표님이 서울의 미세먼지 대책을 놓고 ‘100억짜리 포퓰리즘’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며 안 대표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박 시장은 우선 “돌아보면 우리는 좋은 관계였다. 안 대표님을 늘 마음으로 응원했다”고 운을 뗐다. 그런 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시행을 결정하기까지의 치열했던 시간을 헤아렸다면 포퓰리즘이라고 낙인찍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편을 가르고, 다른 편의 일이라고 무조건 비난하는 것은 새정치와는 너무도 먼 방식”이라고 안 대표를 비판했다.

앞서 안 대표는 지난 1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하루) 50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들어갔지만, 효과는 없이 혈세만 낭비했다”며 서울시 대책을 비판했다. 안 대표는 19일에도 “혈세를 먼지처럼 날린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공격했다.

안 대표는 박 시장 글 소식이 전해진 뒤 불쾌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안 대표는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어떤 해명도 없었다. (박 시장이) 당내 경선을 위해 친문(친문재인) 세력에 메시지를 던지는 것 아닌가 한다”고 꼬집었다. 안 대표의 한 측근은 2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본질을 빼놓은 (박 시장의) 비난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박 시장과 안 대표는 한때 ‘정치적 동지’ 관계였다. 둘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인연을 맺었다. 당시 안 대표는 전국 순회 토크콘서트 등으로 이른바 ‘안철수 신드롬’을 일으키며 여론조사에서 50%대의 지지율을 구가했다. 하지만 그는 10% 안팎의 지지율에 머물던 박 시장에게 범야권 후보 자리를 양보했다. 이 일로 박 시장은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 대표와는) 평생 갈 신뢰가 생겼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그해 10월 53.4%의 득표율로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후보(46.2%)를 누르고 당선됐다.

하지만 그로부터 7년 후 박 시장과 안 대표는 미세먼지 대책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며 파열음을 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둘 사이의 전초전이 조기에 점화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 끊이지 않아서다. 안 대표는 “당에서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지 하겠다”며 시장 선거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우상호. [연합뉴스]

우상호. [연합뉴스]

◆여당 후보군도 박 시장 난타=더불어민주당의 잠재적 서울시장 후보군들도 연일 박 시장을 ‘난타’ 하고 있다. 박영선·민병두·전현희 의원에 이어 2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우상호 의원도 박 시장의 미세먼지 대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우 의원은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무료 정책에 대해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며 “저라면 비상저감조치 발령 시 차량 2부제와 함께 건설현장의 공사와 화물차 운행을 일시 중단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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