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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서 가장 비싼 술 '루이13세' 만드는 '레미마틴' 드파르동 이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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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0여 년 전의 일화 하나. 한 유명 정치인은 호텔 식당에서 "가장 비싼 술 한병 가져오라"고 주문했다. 웨이터가 가져온 술은 '루이13세'코냑. 참석자들은 속으로 '야, 이거 최고급 술 한 잔 먹을수 있게 됐네'라고 쾌재를 불렀다. 정치인은 술병을 훑어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음…. 바로 이 술이 루이13세군. 잘 봤네. 도로 갖다놓게."

루이13세 제조회사 간부가 14일 한국을 찾았다. 프랑스 코냑 회사 레미마틴의 어거스틴 드파르동(36.사진) 글로벌 마케팅 이사다. 그는 "최고의 특권을 누리고 싶어하는 고객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비싼 술을 널리 알리려 왔다"고 말했다. 값은 300만원. 국내에선 롯데.현대 백화점과 워커힐.하얏트 호텔 네 곳에서만 판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 걸작이다. "바쁘게 사는 한국의 상류층에게 마음의 여유를 선사하고 싶어요." 이런 말을 하게 된 배경까지 덧붙인다.

"한국은 빠릅니다.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유행도 수시로 변하죠. 모든 게 최신이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그래서 늘 바쁘게 살죠. 하지만 세상이 아무리 급변해도 여유를 음미해야 합니다. 수백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게 있어요. 똑같은 제조기법으로 전통의 가치를 지키는 루이13세입니다. 정신없이 지내는 사업가들이시여, 루이13세를 들여다 보면서 혹은 한 잔 하면서 100년의 지혜를 찾으세요." 루이13세 한 병 만드는 데 100년이 넘게 걸린다. 3대에 걸쳐 만드는 술이다.숙성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루이13세는 19세기부터 유럽 각국의 왕실과 정상 만찬에서 애용됐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윈스턴 처칠 총리,프랑스의 드골 대통령 등이 루이13세 애호가다. 처칠은 총리에 처음 당선된 직후 이 술부터 찾았다. 예술가나 연예인들도 즐긴다. 크리스찬 디오르, 엘튼 존, 톰 크루즈, 재키 찬(成龍), 플라시드 도밍고…. 드파르동 이사는 "중국의 고위 관리들은 루이13세 선물을 가장 큰 존경의 표시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루이13세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1920년대로 추정된다고 그는 소개했다. 1945년 광복과 50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수요가 거의 끊겼다가 매기가 살아난 시기는 1970년대 초반이라고 한다. 주류 유통회사인 맥시엄코리아가 마케팅과 판매를 맡는다.

워낙 비싼 술이라 그런지 판매량 실적은 대외비란다.세계적으로 또 한국에서 몇 병쯤 팔리는지 묻자 "(레미마틴)가문의 비밀"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소득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가운데 '술에도 명품족이나 사치풍조나 생긴다'든가 하는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한 듯 하다. 마케팅 담당자 입장에선 서민 계층의 위화감도 만만찮은 장애다. 국내에선 일부 재벌가나 유명 디자이너 등에 한해 수십 병 정도 팔리다는 추측이 있다.

정선구 기자

왜‘루이13세’인가= 17세기 프랑스 왕 루이13세는‘코냑의 수호자’라고 불릴 만큼 코냑을 좋아했다. 실제로 그는 프랑스 남서부 코냑지방에서 만들어지는 술을‘꼬냑’이라고 명명했다. 코냑산업 발전에도 공을 쏟았다. 그래서 이 술을 만든 레미마틴 가문이 감사표시로 제품 이름을‘루이13세’로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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