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자녀가 10여억원에 이르는 서울 강남권 아파트를 사면서 집값을 모두 현금으로 치르기 위해 계수기까지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원씨가 국정원장으로 취임하고 난 2009년 이후 자녀들이 서울 강남권에서 고가 아파트를 현금으로 사들인 것으로 파악하고 자금 조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재임 시절 빼돌린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당시 아파트 매수 자금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자금 추적 등 수사를 벌여나가고 있다.
검찰 참고인으로 소환된 아파트 판매자는거래 당시 매수자(원 전 원장의 자녀)가 집값을 전액 현금으로 치렀다고 진술했다. 특히 원 전 원장의 자녀가 현금 계수기까지 동원해 의아하게 여겼던 기억이 난다고도 말했다.
검찰은 국세청 등으로부터 원 전 원장 자녀들의 소득·납세 자료와 과거 증여받은 기록을 확인했다. 검찰은 거래 당시 원 전 원장의 자녀들이 자력으로 아파트를 구입할 만큼의 돈을 갖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 부모 등 타인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원 전 원장은 두 딸과 아들 하나를 두고 있으며 아들은 대형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원 전 원장이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구속)에게 제공한 특활비 2억원 외에도 연간 40억원가량의 원장 몫 특활비 가운데 거액을 빼돌린 구체적인 정황을 포착해 지난 19일 그와 당시 국정원 관계자 서너명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또 국정원 해외 공작금 200만 달러 사적 유용 의혹, 도곡동 호화 안가 조성 의혹 등 원씨의 국정원장 재직 시절 예산 관련 의혹도 동시에 들여다보고 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