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퀄컴, 특허 갑질 안 해야 NXP 합병 승인”...시정 조치 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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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원회가 퀄컴의 NXP 인수합병과 관련해 NXP의 일부 특허 매각 등 시정조치를 내렸다. 공정위 시정조치 내용은 퀄컴이 유럽연합(EU) 등에 이행하겠다고 밝힌 내용들과 동일해 사실상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을 해 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반도체 업체인 퀄컴은 지난 2016년 네덜란드의 자동차 반도체 전문 기업 NXP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두 업체의 인수합병은 470억 달러 규모로,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M&A로 주목받았다. 퀄컴의 자율주행차 시장 진출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두 업체가 결합되면 퀄컴의 시장지배력이 더욱 강화돼 경쟁제한성이 높아지고, 소비자의 선택지가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기업결합 승인도 계속 늦춰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는 양상을 보인다. 미국과 유럽 언론들은 지난주에 퀄컴이 유럽연합(EU)의 인수 승인을 위해 NXP의 표준특허를 매입 대상에서 빼고, 퀄컴의 라이벌 기업이 NXP와 계속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EU 측에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달 내 승인이 내려질 것이라는 분석도 뒤따랐다.

공정위의 이날 시정조치 내용도 퀄컴이 EU에 제안했다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정위는 NXP가 보유한 NFC(근거리 무선통신) 표준필수특허 및 시스템 특허를 제삼자에게 매각하도록 했다. 시스템 특허는 NFC 칩의 응용방식에 대한 특허로, NFC 칩의 생산 및 판매를 위해 필요한 특허가 아니고 NFC 칩이 탑재된 모바일 기기 단계에서 구현되는 특허다. 기타 NFC 특허는 인수를 허용하되, 특허권 행사를 금지하고 포괄적으로 라이선스되는 다른 특허들과 분리해 독립적으로 무상 라이선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퀄컴이 보유한 NFC 특허에 대해서는 경쟁제한적 행위를 금지했다. NFC 표준필수특허에 대해 칩 판매와 라이선스를 연계하지 않도록 하고, 경쟁사에 대해서도 FRAND 원칙에 따라 라이선스하도록 하였다. FRAND 원칙은 표준특허권자가 표준특허를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방식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또, ^결합 회사 제품과 경쟁사 제품 간 상호호환성 저해 행위 금지, ^경쟁사 및 구매자 요청 시 현존 조건과 동등한 조건으로 MIFARE(NFX의 무선주파수 기술) 라이선스 제공 등 내용도 포함됐다. 공정위는 “경쟁제한성 판단 및 시정조치 설계 과정에서 EU 집행위원회 및 일본 공정취인위원회와 긴밀히 공조했다”며 “이번 조치는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 간 기업결합에 대해 시정조치를 부과함으로써 모바일 산업의 핵심 기술에 대한 경쟁제한 우려를 근본적으로 해소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세종=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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