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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가르드 시인’ 이승훈 한양대 명예교수 별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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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李昇薰)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가 17일 별세했다. 향년 77세. 아호는 이강(怡江).

이승훈 시인은 자신의 문학 행로를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해체주의를 거쳐 불교와 만나게 되었다”라고 표현했다. ‘앞서가는 시인’ ‘문학 이론 공부를 많이 한 시인’으로 알려진 그는 아방가르드 정신을 함축한  “시의 본질은 없고 절대적 가치도 없다” “언제 미칠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시를 썼지만 이제 시는 시를 모르고 나는 나를 모른다”는 말을 남겼다.

1963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고인은 첫 시집 『사물A』(1969)부터 『이것은 시가 아니다』·『너라는 환상』·『밝은 방』을 포함해 24권의 시집과 시선집을 출간했다. 『모더니즘 시론』(1995)에서는 “한국문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세계문학에 대해 좀 더 개방적이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금강경(金剛經)의 세계와 만난 이승훈 시인은 평생 추구해온 아방가르드 정신과 선(禪) 사상을 융합해 ‘현대적인 선시(禪詩)'를 개척했다. 2016년 만해문예대상 수상 소감은 “아직도 사는 게 서글픈 떠돌이 시인이자 자폐증에 시달리는 정년 퇴임 교수이자 선객(禪客)일 뿐”이었다.

1942년 강원도 춘천에서 출생한 이승훈 시인은 한양대 국문과 졸업 후 연세대 국문과 대학원에서 '이상 시 연구'(1982)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춘천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1970~1980), 한양대 국문과 교수(1980~2008)으로 재직했다. 현대문학상, 만해문예대상 등을 수상했다.

빈소는 연세장례시작장(신촌) 특2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9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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