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집값은 '요지부동'…"한주에 1억 급등, 딴 나라 이야기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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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중앙포토]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중앙포토]

서울 도봉구 창동의 대단지(2061가구) 아파트인 '북한산아이파크' 84㎡(이하 전용면적)는 최근 5억3000만원 선에 거래됐다. 하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시세는 요지부동이다.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지난해 6~7월 5억5000만원까지 거래됐지만 8·2 부동산대책 이후 집값이 조금 내려갔다"며 "여기선 정부 규제의 최대 피해자가 강북주민이란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잠실5단지 1년 새 32% 뛰는 동안 #도봉·성북 등엔 제자리 걸음인 단지도 #강북 주민들 상대적 박탈감 심화 #정부 규제책, 양극화 원인 지적 많아 #"도시재생 가시화 되면 집값 격차 줄 듯"

2016년 9월 서울 강북구 번동에서 49㎡ 아파트를 2억7000만원에 구입했던 이재민(45)씨는 요즘 한숨 쉬는 일이 잦아졌다. 1년 반 동안 집값이 꿈쩍도 안 하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강남 집값 급등' 소식을 수시로 들을 때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이씨는 "한 주 새 1억원씩 오르는 강남 집값을 보면 다른 나라 이야기 같다"며 "이젠 이곳에서 집 3~4채를 팔아도 강남 집 1채를 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강남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지만 강북권 등 서울 일부 지역은 상승세에서 소외된 모양새다. 특히 서민 실수요자가 많은 성북·도봉·강북·중랑·노원구에선 지난 1년간 집값이 소폭 오르거나 변동이 아예 없는 곳도 적지 않다. 서울에서도 지역 간 집값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다양한 통계로 확인된다. 1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송파구 아파트값은 2016년 말보다 평균 8.72% 상승했다. 강남구도 6.58% 올라 서울 평균 상승률(4.69%)을 웃돌았다. 반면 강북구와 성북구, 도봉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2%대에 불과했고 중랑구(1.8%)는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1.9%)에도 못 미쳤다.

개별 단지별로 봐도 추이는 비슷하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84㎡와 성북구 하월곡동 '월곡두산위브' 59㎡ 매매가는 각각 4억원 정도로, 1년 전과 비교할 때 시세 변동이 거의 없다. 반면 송파구 잠실동 '주공 5단지' 76㎡는 최근 18억5000만원에 팔려 1년 전보다 4억5000만원(32.1%) 뛰었다. 강남(한강 이남 11개 구)과 강북(한강 이북 14개 구)의 평균 아파트값 차이는 2016년 12월 말 2억5807만원에서 지난해 12월 말 3억254만원으로 벌어졌다.

집값 양극화 심화

집값 양극화 심화

전문가들은 정부의 각종 규제정책이 강남북 집값 격차를 확대했다고 지적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2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25개 구)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40%로 강화했다. 노원구 중계동 을지공인중개 서재필 대표는 "같은 서울이라고 대출 등 규제를 똑같이 적용하면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서민들만 돈을 못 빌려 집을 사지 못하는 역효과가 난다"고 말했다.

오히려 양도소득세 중과 같은 다주택자 규제가 이른바 '똘똘한 1채' 신드롬을 만들어 '강남 불패' 현상을 부추겼다는 주장도 많다. 재건축조합원 지위 양도를 금지해 조합이 설립된 재건축 추진 단지의 거래를 막은 것도 이런 흐름에 힘을 더했다. 주택 수요는 많은데 공급을 줄임으로써 오히려 강남 집값을 올리는 반작용을 부른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내놓은 규제 때문에 강남 아파트 선호 현상이 더욱 강해졌다"고 지적했다.

현재로선 강남과 강북 집값 격차가 좁혀지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강북의 경우 주변 교통·교육 인프라가 강남보다 떨어지고 주택 수요도 적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강북의 주거 여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도시재생 뉴딜사업도 그 일환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강북 지역에 대한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가시화되면 강남과의 집값 격차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에 주택 공급을 늘려야 집값 격차가 준다는 의견도 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남 주변에 대체 지역을 만들어 주택이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강남 수요를 조금이라도 분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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