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딸 잃었는데 가해자는 가족여행”…유가족 울린 교통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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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내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6살 딸을 잃은 부모 사연이 알려지자 도로교통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기사 내용과 사진은 관계 없음) [중앙포토]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6살 딸을 잃은 부모 사연이 알려지자 도로교통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기사 내용과 사진은 관계 없음) [중앙포토]

지난해 10월 대전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6살 딸을 잃은 부모의 호소문이 온라인을 통해 알려지면서 도로교통법의 맹점과 가해자의 태도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소방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지난 11일 아파트 단지 내에 붙인 호소문을 통해 딸이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 경위와 사고 뒤 가해자의 행동을 질타하는 내용을 공개했다.

A씨에 따르면 사고 당시 A씨의 아내와 딸은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갑자기 돌진한 차량에 치여 피할 겨를도 없이 둘 다 쓰러졌다.

블랙박스 확인 결과 차는 바로 정지하지 않고, 더 이동했다. A씨의 딸은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다.

가해자는 재판과정에서 바로 멈췄다고 했으나 블랙박스 확인 결과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A씨는 밝혔다.

A씨는 "가해자가 '못봤다'고 해명했지만, 과속방지턱이 있고 사람도 많이 다니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를 보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6살 딸을 잃은 부모가 붙인 호소문(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우) [온라인커뮤니티,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캡처]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6살 딸을 잃은 부모가 붙인 호소문(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우) [온라인커뮤니티,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캡처]

이어 A씨는 재판 뒤 돌변한 가해자의 태도도 질타했다.

A씨는 "가해자는 사고 며칠 후 비행기를 타고 가족여행을 갔고, 죄 값을 달게 발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변호사를 선임해 최대한 벌을 받지 않으려고 하는 등 우리 가족을 기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가해자 측이 도로교통법의 허점을 이용하고 있다며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도로교통법 개정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는 사유지라는 이유로 도로교통법 12대 중과실에 포함하지 않는다"며 "아이들이 안전하게 생활해야 하는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사유지 횡단보도라는 이유로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똑같은 사건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어린이 교통사고 당시 CCTV화면(좌)과 피해자 아버지가 청원게시판에 올린 글[SBS 8시뉴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캡처]

지난해 8월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어린이 교통사고 당시 CCTV화면(좌)과 피해자 아버지가 청원게시판에 올린 글[SBS 8시뉴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캡처]

실제 지난해 8월 서울 강서구에서도 아파트 단지 내에서 6살 아이가 차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A씨 사례와 같은 이유로 가해자 처벌 없이 사건이 종결됐다.

당시 아이의 아버지 B씨도 청와대 청원 게시판을 통해 '도로교통특례법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A씨와 B씨 모두 가해자 측이 도로교통법의 허점을 이용하고 있으며 도로교통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똑같은 사건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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