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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중앙음악콩쿠르 입상소감 및 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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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국의 음악 발전에 밑거름이 되고 젊은 음악도들에게 해외무대 진출의 발판을 마련해주기 위한 중앙음악콩쿠르가 올해로 제4회를 맞았다. 피아노·바이올린·첼로·성악·작곡 등 5개 부문에 걸쳐 한국음악계에 이미 상당수의 능력 있는 신인들을 배출해 권위와 명성을 더해온 이 콩쿠르의 올해 참가자는 모두 1백6명. 1차·2차예선과 본선(23일 호암아트홀)을 거쳐 최종 13명의 입상자가 선발됐다. 오는 4월1일 오후2시부터 호암아트홀에서 시상식에 이어 수상자들의 기념연주회(무료입장)가 열린다.

<5세때부터 공부..."음악은 곧 나의 생활">피아노 허인영 20·서울음대2
『음악을 좋아하는 부모님, 그리고 피아노를 그냥 가르쳐 주신게 아니라 사랑으로 보살펴주신 선생님(김형배씨) 덕분이예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음악이 곧 자신의 생활이라는 허양는 5세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피아노를 「친다」는 표현은 질색』이라며 『PLAY라는 말 그대로 피아노를 가지고 놀듯이 즐기며 연주해야 하는게 아니겠어요』라고 반문.

<심사평 심사위원장 정진자 허인영양은 시종 침착, 테크닉도 훌륭>
총 35명의 1차예선 참가자 중 9명이 2차예선에, 4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첫 연주자 배정인양은 음악적인 흐름이 매우 좋았으나 첫 출연자의 핸디캡 탓인지 범실이 잦았다.
두번째 장윤정양은 톤이 확실하고 재치있는 연주였다. 11번의 노래가 좋았고 끝곡인 12번은 생기 넘치는 호연이었다. 그러나 페달의 과용이 눈에 띈다.
김유은양은 음악적 표현이 깊고 고도의 테크닉으로 박력에 찬 차원 높은 연주를 했다. 그러나 끝 곡에서 너무 욕심을 낸 듯 지나치게 몰아붙여 긴장감을 주었다. 끝 연주자 허인영양는 굳은 표현이 눈에 띄었으나 시종 침착한 가운데 테크닉이나 음악이 견실했다.

<작년엔 3위 입상...음대교수 되는 게 소망>바이올린 윤성원 17ㆍ서울예고2
『수많은 콩쿠르에서 입상했지만 이렇게 기쁜 적은 처음이에요.』
작년에는 고등학교 입시준비 때문에 중앙음악콩쿠르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해 3위에 그쳤으나 올해는 하루 7∼8시간씩 맹연습, 재도전한 보람이 나타났다며 눈물을 글썽거린다.
국민학교 2학년 때 교내 합주부에서 시작한 바이올린 솜씨를 인정받아 계속 바이올린에 매달리게 됐다는 윤양의 꿈은 음대교수.

<심사위원장 이재헌 1·2위 모두 음악적 자질 높아 기대>
표현하려는 뜻이 담겨 있고 적절한 기술이 뒤따랐을 때 이를 좋은 연주라 할 수 있다. 2위의 이희련양은 선명한 주법으로 나름대로의 뜻이 담긴 연주를 시도했다고 볼 수 있으나 유감스럽게도 기술이 따르지 못했다.
좋은 자질을 지닌 것으로 보이는 이희련양은 좀더 기술 연마에 주력하면 대성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1위 윤성원양은 음악적 자질면에서 2위 이희련양보다 부족한 감이 없지 않으나 기교처리의 대담성은 자질의 문제를 커버하기에 충분했다. 뜻이 담겨있지 않는 표현에서 기교의 선명도가 약해질 수 있고 또한 듣는 이에게 권태를 느끼게 한다.
이번 경연에서 3위를 내지 못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본선서 부른 노래는 3천번쯤 연습했어요>성악 김동규 23ㆍ연세대졸업
『난생 처음 참가한 콩쿠르에서 이렇게 큰상을 받게되니 꿈만 같습니다. 덕분에 병역면제 혜택까지 받게되어 공백기 없이 음악을 계속할 수 있게 됐어요.』
「롯시니」 의 『세빌리아의 이발사』중 「마을에서 제1인자」등 11곡으로 성악부문 1위에 입상한 것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다.『이번 콩쿠르 본선에서 부른 노래들은 적어도 3천번쯤 불렀을 것』이라고.

<심사위원장 이경숙 5명이 본선경합…순위 결정에 장고>
총 31명 응모자 가운데 1,2차예선을 거쳐 본선에서 경합한 5명은 장·단점은 있으나 하나같이 우수해 순위를 매기는데 몹시 어려웠다. 1위 김동규군은 오페라 가수로서 대성할 수 있는 재주를 갖추고 있다. 아름답고 성량이 풍부한 소리, 안정된 호흡, 또 극적인 박진감과 유연성을 고루 표현할 수 있는 창법을 갖고있으며 무대인에게 필요한 체격·용모 등을 고루 갖추고 있다.
앞으로 목을 더 풀어주고 가곡에서의 섬세한 처리법을 더 연구해주기 바란다. 2위 전소은양은 음악의 본질을 파악해 다양한 표현으로 노래를 능숙히 부를 줄 아는 소프라노다.

<이성적으로 연주하는 음악가 되겠어요>첼로 송재원 16ㆍ서울예고2
너무 좋아서 눈물을 흘리며 『제가 음악적 소질을 이쯤 발휘하게 된 것은 파이프 오르간·피아노·성악 등을 각각 전공한 이모(채문경씨)·이모부·외할머니 등 일가 친척들의 영향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첼로를 시작한 것은 국민학교 5학년 때. 『좋은 연주자들과 어울려 실내악단에서 활약하되 지나치게 기교를 부리거나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야누스·스타커」처럼 이성적으로 연주하는 음악가가 되는게 꿈』이라고.

<심사위원장 전봉초 음색·음정·템포 등 나무랄데 없이 연주>
2차예선에 올라온 8명중 4명이 본선에 진출하였는데 1의의 영예를 차지한 송재원양는 음색·음정·음악성·템포 등 나무랄데 없는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었으며 3위 입상의 성현정양은 톤컬러와 음량이 좀 약한 것이 1위의 송양과 비교가 되었다.
그러나 음악을 만드는 음악적 감성은 누구보다도 돋보이는 재원이라고 생각된다. 같은 3위의 박혜준은 변주곡 1, 2번의 스타카토를 너무 짧게 끊어 음이 빡빡하고 여유 없게 들리는 결점을 지적치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슬라브적인 감정이 밑바탕에 깔려있는 기교적인 곡을 연주하는데 역부족이라는 느낌이다. 아깝게 탈락된 연주순번 3번, 좋은 음악성을 지니고 있으니 심기일변 분발하기 바란다.

<중3때부터 시작모교서 음악이론 지도>작곡 이정아 23ㆍ서울대졸업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로 작곡부문 1위를 차지한 기쁨과 영광을 매우 당연한 듯 『지성으로 뒷바라지하고 지도해주신 어머니와 선생님 몫』이라고 말했다.「친아버님」같은 김정길교수와의 인연이 계기가 되어 중3때부터 작곡을 시작, 서울예고를 작곡으로 입학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참 잘한 선택』 이라며 활짝 웃음.
현재 모교인 서울예고에서 강사로 음악이론을 가르치고 있다.

<심사위원장 김정길 난해한 과제를 뛰어난 감각으로 소화>
어느 해보다 주어진 과제로서 현악합주는 어려웠던 것 같다.
10편의 작품 중에 본선에 오른 작품은 3편이었다.
특히 금년 작품연주는 주최측이 모든 것을 전담해준 것으로 경이적인 처사라 생각되며 앞으로 이러한 배려가란다.
김성준군은 작품을 다루는 감각이 뛰어났으나 빈약한 내용과 절대시간에 미달, 탈락되는 아쉬움을 갖게 했다.
김철화군의 작품은 무리한 기법을 남용해 구성력이 미진, 하나의 흐름으로 작품을 엮어내지 못한 흠을 지녔다.
이정아양은 음향에 대한 뛰어난 감각과 무리한 흐름 없이 하나의 작품으로 엮어내는데 성공했으나 작가로서 창의력있는 작품을 쓸 수 있도록 보다 노력해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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