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의 진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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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권력에 대한 욕망은 배부른 줄 모르며 권력을 맛봄으로 말미암아 점점 증대한다』
미국의 정치학자 「루크」가 『관료체제, 정치학과 공공정책』에서 한 말이다.
권력의 논리는 바로 그런 것이다.
문제는 그 권력욕 충족의 대상이 권력가의 정신세계 내부에 있지 않고 인간사회에 있다는 점이다. 권력자는 다른 구성원을 대상으로 자기 권력을 끊임없이 행사해 보고자 한다.
권력자에게 시달림을 받는 피해자들도 사실은 권력의지를 가진 똑같은 인간이다. 그 때문에 인간사회에서 욕망충돌은 불가피하다. 정치사회는 특히 그렇다. 「권력」이라는 먹이를 놓고 다투는 정치사회의 인간들은 권력욕의 화신이 된다.
인간의 군거성은 개미나 벌만큼 완전하지도 않다. 그 때문에 자기가 소속한 집단에 유리한 욕망만을 본능적으로 느끼지도 못한다.
집단이익과 개인이익의 갈등도 그래서 생긴다.
그 갈등의 해소를 위한 방책이 곧 정치요, 법과 관습이요, 윤리도덕이다. 그것들을 적절히 구사하면 문제는 심각해질 것이 없다.
「윤리학」의 그리스어 어원은 「에티카」다. 처음엔 사회의 풍속, 습관을 뜻했으나 나중엔 개인의 품성을 뜻하는 말이 됐다.
법이나 관습이나 품성이 모두 윤리에서 나온 한 뿌리라는 걸 가르쳐 준다.
그런데도 권력의지에 눈이 먼 사람들은 개인의 이익과 집단전체의 이익은 상반하는 것으로 착각하곤 한다.
정치학자 「하사니」는 개인의 이익이 사회에 유용한 행위를 통해 가장 잘 달성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바로 윤리와 정치의 공동 기능이라고 한다.
정치인이나 공직자가 윤리에 기초해 행동해야 한다는 것은 그래서 확실하다.
한 야당 중진 정치인이 야당통합 실패의 책임을 지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사익을 너무 내세우다 公공익을 잃은 정치인들의 책임은 간단히 지워질 수 없다.
마침 권력욕 충족의 화신처럼 행동했던 한 공직자가 여론의 호된 비판 속에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윤리정신이 새삼 아쉬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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