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경력, 공무원 호봉 인정 않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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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시민단체 근무 경력을 공무원 호봉에 반영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유보됐다. 지난 4일 계획안을 발표한 지 나흘 만으로 공직사회에서는 사실상 ‘철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 정부 제 식구 챙기기’ 비판에 #인사혁신처, 개정안에서 제외

인사혁신처는 8일 “비영리 민간단체에서 근무한 경력을 공무원 호봉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에 대해 많은 의견이 제기돼 보다 깊이 있는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번 (공무원 보수 규정) 개정안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사혁신처는 개정안에서 ‘시민단체 경력 호봉 인정 기준’을 제외하고 9~10일 이틀간 재입법할 계획이다. 개정안은 16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19일 공포·시행된다.

인사처는 지난 4일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상 등록된 단체에서 상근한 경력을 동일 분야에 100%, 비동일 분야에 70% 이내로 반영하는 내용의 공무원 보수 규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힘쓴 경력을 공무원 호봉으로 인정해 줘야 한다는 취지였다.

애초 개정안에는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상 등록 단체 1만3800여 개(지난해 9월 기준)의 근무 경력을 공무원이 되면 호봉에 반영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현재 공무원 신분이더라도 과거 시민단체 활동 경력이 있으면 경력을 소급해 상향 조정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개정안 발표 이후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제 식구 챙기기’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공직 내부에서도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공무원에 합격했는데 시민단체 활동을 경력을 인정해 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기존 공무원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처사”라는 반발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 홍철호(김포을) 자유한국당 의원은 공무원 이전 경력을 호봉에 반영하는 기준을 변경할 때 해당 내용을 미리 국회에 보고하고 의결을 통해 동의를 거치도록 하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인사처 관계자는 “호봉 인정 확대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검토한 후 공직 개방과 민간 우수 인재 확보 취지에 맞는 합리적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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