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6공화국「파워게임」흔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민정당공천이 마침내 18일 그 뚜껑을 연다.
하루 자고나면 아침에 내정자 명단이 바뀔 정도로 막바지까지 진통을 거듭한 민정당 공천의 전후 사정을 살펴본다.

<당내반발대책도 수립>
○…이번 공천과정에서 6공화국의 정치구도와 관련된 파워게임의 흔적이 드러나 주목.
봉두완 의원(용산)의 「밀어내기식」탈락과 허화평 전 청와대정무1수석의 불출마성명, 그리고 이번 「공천의 하이라이트」인 권정달 의원(창당당시 사무총장)의 탈락은 노정권의 정국개편과 미묘한 관련이 있으며 「13대 국회의 민정당상」을 시사하는 것으로 주변에서 풀이.
권정달 의원의 탈락은 그가 창당당시 사무총장으로 창당을 주도한 5공화국 초기의 실세이며 지금도 당중진으로서 당내외에 직·간접의 영향력 행사를 해온「무시할 수 없는 실력자」라는 점에서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권의원에 대해선 그가 공천심사특위에서 빠질때부터 거취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탈락」과 「소생」을 되풀이해 왔다.
권의원 경우는 처음부터 「제5공화국인물」의 상징으로 「탈락」시킬 작정이었으나 공천심사위원들이 감히 거론하기를 꺼려 난항.
일단 권의원을 복수로 올렸는데 위에서는 『공천심사위가 책임질 생각을 않고 짐을 떠넘기려한다』는 불만이 흘러나왔다는 것. 이바람에 다시 탈락대상으로 올리면서 다른 현역의원 탈락케이스와 함께 소문을 흘려보냈고 이에따라 여러가지 「잡음」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
권의원 경우는 16일방 탈락을 최종 결정했으면서도 창당때부터 이어온 뿌리·인맥 등을 고려해 있을 수 있는 당내 반발에 대한 대책까지도 수립.
막상 그의 탈락을 결정해놓고도 아무도 책임을 떠맡을 생각이 없어 채문식 대표위원도 『모른다』로 일관했고 중요당직자는 모두함구.

<이종찬씨 세력도 거세>
○…일부에서는 권의원 탈락과 함께 윤길중·봉두완·이찬혁 의원이 탈락된 것을 두고 이종찬 전 총무의 세력도 거세하는 것이 아니냐는 풀이.
봉의원은 문민정치를 주장하면서 당내 「서울의 스타」이종찬 전 총무를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이찬혁 서울시당위원장(영등포갑)의 낙천도 개인적인 측면보다 그동안 「당내 압력단체」역할을 해온 서울시 출신의원들에 대한 「경고용」으로 시당위원장인 그에대한「인책적 성격이 강하다」는 후문.
결국 권의원 탈락과 이종찬 의원 주변 지원세력의 탈락으로 창당핵심인 권정달·이종찬 양인이 모두 서리를 맞은 꼴이 됐다.
특히 공천탈락자중 납득할만한 이유가 없는 단적인 예가 봉의원 케이스라는 지적.
분구된 지역구는 현 지구당위원장에게 우선권을 준다는 원칙에 따라 용산을 택했던 봉의원은 당이 갑자기 마포을구를 권하며 용산에 집이 있다는 이유로서 정화의원(전국구)을 대타로 제시하자 파워게임의 불꽃이 사신에게 튀고 있는 것으로 판단,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출마포기를 선언.
봉의원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용산구가 서울의 타개구중 두번째로 노태우 후보의 득표율이 높았고 또 평소 어느 지구당보다 관리실적이 좋았을 뿐 아니라 노 대통령에게 특별히 눈에 벗어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봉의원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평소 특유의 유머를 섞어 직언을 잘하고 비교적 터놓고 문민정치의 필요성을 강조해온데다 쟁점이 있을때는 진보파의 성향을 보여 여권 강경세력들로부터 미움을 받을 소지가 있다고 분석.

<지나친 정쟁이 감점>
○…박경석 의원(영일)·허화평씨(포항)는 소선거구제가 되기전부터 격전을 벌였으나 결국 모두 탈락되는 비운.
허씨는 청와대정무수석비서관시절 이·장 사건처리, 실명제파동 등에서 전전대통령에게 불편한 심사를 끼친것과 5공화국초기 주도세력내에서의 그의 비중이 결국 부담이 되었다는 것.
박의원은 소선거구제가 될것으로 생각지 않고 포항·영일이 한개의 선거구로 유지될 것으로 생각하고 허씨의 진출을 심하게 견제하는 과정에서 지나친 행동이 부정적으로 비쳐져 탈락됐다는 후문.
유상호 의원도 전대통령의 고향사람이란 점에서 교체에 의한 새바람을 기대했을 것이란 해석.
안병규·박규식 의원 등은 정부측과의 심한 마찰이 문제됐으며 특히 박의원은 「돌격부대」라는 별호가 붙을 정도로 본회의장 등에서의 대야 강경행동이 구설수에 올랐다는 후문. <문민색깔 띠려고 고심>
○‥지금까지 드러난 민정당 공천내용을 보면 △학계 △언론계 △관계 △경제계 △연예계△의약업계 및 △당료출신 등 각분야별로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으나 △대학교수 우선기용△중소기업인 대거진출 △군출신 증원 등이 두드러진 특징으로 꼽히고있다.
특히 대학교수들은 지방신청자까지 반강압적으로 서울출마를 맡기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여 겉모양만이라도 문민색깔을 띠려고 고심한 흔적이 역력.
대구중구와 남원시·군에 자리잡으려던 교수출신의 배성동 의원(전국구)과 이종률 전정무장관을 각각 도봉을·서초갑에 이직한 것을 비롯, 이천과 여수신청자인 유종렬(경희대)·유영(산업연구원)교수를 『싫다』고 뿌리치는데도 동대문갑과 강서갑에 출진토록 명령.
뒤늦게 합류한 은평을의 박완일(동국대교수)·성동을의 설영주(단국대강사)씨를 포함, 현재까지 서울에만 학계에서 6명이 진출했으며 아직 김현동(외교안보연구원)·신길수(명지대) 교수 등이 대기중. 한승수 교수(서울대)는 춘천에 공천.

<「삼군배려」원칙도 작용>
○…군출신중에선 권정달·박익주 의원 등이 탈락한 반면 정호용·허삼수·이학봉·최낙철씨 등이 새로 추가됐고 전국구에 있던 유학성·유근환·서정화·안영화·이상재 의원과 김종호씨 등이 야전에 참여.
현재 정규육사출신은 모두 13명이나 이중 권의원 1명이 탈락하는 대신 4명의 「정규」가 합류, 17명으로 늘고 전체 지역구엔 군출신수가 10명정도 대폭 증원.
해사출신의 조영길 전 전매청장 등을 합하면 군출신 인사는 모두 20여명을 넘을 전망.
천영성 의원과 이기백 전 국방장관의 대덕-연기벌 싸움이 천의원 승으로 끝난것은 이씨가 사양한 점도 있지만 천의원이 공군출신이라 「삼군배려」원칙도 작용했다는 분석.
이같이 군출신의 증가에 대해 주위에선 그동안의 통치구조상 군출신들의 사회적 기반이 뿌리깊음을 반영하는 것이란 풀이.

<"상의민정분회차리나">
○…기업인으론 코오롱의 이상득 사장이 언론인 출신의 재선 박경석 의원을 제치고 영일-울릉을 차지한 것을 비롯하여 문병량 전의원을 추월한 공천섭 쌍방울회사대표, 신민선 현역의원을 제친 박우병 삼척탄좌대표 등이 샛별처럼 등장.
이밖에도 강성모 린나이코리아사장(서대문을)·안대륜 7표 연탄사장(노원갑)·안성혁 그레이스여행사대표(서대문갑)·김우연 대연진흥사장(관악갑)·최용수 대야케미컬대표(부산사하)·이정무 대구백화점사장(대구남)·유복수 한강유람선회사대표(인천남동)·지대섭 경호실업대표(광주동)·박용훈 광주 신양파크호텔대표(담양-장성)등 새 인물이 수두룩하다.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의 동생 완기씨(태백)와 처남매부지간인 김형배씨(동해)에다 영입고려중인 현대중공업회장 정몽준씨(울산동)까지 가세하면 그야말로 「민정전경련」을 형성할 판이다.
양창중 강서성모병원장(양천갑)·김인영 인영약품대표(수원갑)와 병원장인 권오주(노원을) ·김정숙(안양을)·황성균(삼천포-사천)·홍영의(부천중)씨, 김명섭 대한약사회장(영등포을) 등 의약업계 인사들도 재력면에선 만만치않은 그룹.
기업인들의 대거 발탁에 대해 당내부에서조차 『상공회의소 민정당분회를 차릴셈이냐』 는 등 냉소적 분위기인데 주머니사정이 빈약한 공천내정자들은 『이번 선거에선 당이 재정적 지원을 대폭 줄이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며 벌써부터 걱정.
한 관계자는 『돈은 선거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며 『이번 선거에 1인당 10억원대가 소요될 것으로 본다』고 말해 재력도 심사기준 중 하나였음을 시인.
그는 『전국 2백24개 지역구별로 신청자들을 심사하다보니 의외로 재력가가 많고 전국적으로 고루 분포돼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소개. <문창극·박보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