始作<시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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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5호 29면

漢字, 세상을 말하다

자초지종(自初至終)은 ‘처음에서 끝까지’의 뜻이다. 일의 전말(顚末)이라고 할 때는 꼭대기(顚)에서 끝자락까지를 가리킨다. 시작과 끝을 알리는 말은 시종(始終), 뿌리와 가지는 본말(本末)이다. 시간의 순서로 따지면 선후(先後)다. 시작과 함께 끝을 균형적으로 다루려는 사고에서 나온 말들이다.

새해의 첫걸음을 뗐다. 처음, 시작을 알리는 대표적 한자는 初(초), 新(신), 始(시)다. 初(초)는 옷감을 이어 막 만들어 낸 옷이라는 설명이 있다. 그에 비해 新(신)은 나무를 처음 쪼개거나 다듬었을 때의 상태를 지칭한다고 했다. 始(시)는 여성의 임신, 잉태와 관련이 있어 사물이나 현상의 처음을 알리는 글자로 자리를 잡은 듯하다.

첫머리를 잘 장식해 다음 단계로 순탄하게 이어가는 일은 중요하다. 그래서 시작(始作)을 알리는 한자 단어는 제법 풍성하다. 꼭지에 있는 무엇인가를 끄집어내서 풀어 가는 일을 發端(발단), 손을 대서 일을 시작하면 着手(착수)다. 일을 풀어가는 첫 자락은 端初(단초)라고 적는다. 순우리말 ‘실마리’로 생각해도 좋다.

손을 대서 작업을 벌이면 入手(입수)나 下手(하수), 가장 앞에 있는 것을 열어젖히면 劈頭(벽두), 물 흐르는 곳의 원류를 좇아 올랐을 때 술잔 넘칠 정도로 물이 고여 있는 물길의 처음은 濫觴(남상), 일어선 곳을 起點(기점), 수레바퀴가 구르지 못하도록 한 브레이크를 거둬 수레가 움직이게 하는 일은 發軔(발인)이다. 첫머리를 연다고 하면 開端(개단), 처음 떼는 걸음은 初步(초보), 큰 물길을 처음 여는 일은 先河(선하), 처음 오르는 섬돌을 初階(초계)로 적는다. 무언가를 열어젖혀 시작을 하는 일은 개시(開始)라고 적는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다음 단추는 두루 어그러진다.

2018년 처음을 잘 장식하셨는지 모르겠다. 갈 길은 멀다. 느긋하지만 꿋꿋하게 길을 가는 자세가 늘 중요하다. 제갈량(諸葛亮)이 제 어린 자식을 훈계하면서 남긴 말이 멋지다. “평담함과 고요함이 있어야 뜻을 밝혀 먼 경지에 이를 수 있다(淡泊明志, 寧靜致遠)”는 말이다. 삶을 살아가는 사람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이다.

유광종 중국인문 경영연구소 소장 ykj33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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