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다르고 '어' 다른 '독서실 쪽지' 천태만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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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이 늘어나며 이들이 모인 도서관·독서실 등에선 '소음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조금만 조용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쪽지들이 등장하는 것은 꽤 자주 볼 수 있는데요.

독서실 내에서 삼섹 펜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안내문. [사진 트위터]

독서실 내에서 삼섹 펜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안내문. [사진 트위터]

도서관 바로 옆 자리에 앉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쪽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도서관 바로 옆 자리에 앉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쪽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수면바지 입은 수험생에게 태도를 지적하는 내용의 쪽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수면바지 입은 수험생에게 태도를 지적하는 내용의 쪽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커피를 매일 마시는 수험생을 지적하는 쪽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커피를 매일 마시는 수험생을 지적하는 쪽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휴대전화 벨 소리를 무음으로 바꿔 달라는 등 에티켓에 관한 내용도 있지만, '책장을 조용히 넘겨 달라' '외투를 밖에서 벗고 들어와라' '바로 옆에 앉지 말아 달라' '매일 커피를 사 들고 오는 것은 사치 같다' 등 다소 과한 지적이 많다는 의견이 종종 있곤 합니다.

그런데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정중하게 도서관 예절을 부탁하는 쪽지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정중하게 매너를 부탁하는 쪽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정중하게 매너를 부탁하는 쪽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자신을 '늦깎이 고시생'이라고 소개한 이 쪽지 발신인은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라며 "비도 오고 분위기 있는 저녁이나 현실은 도서관이네요"라면서 가볍게 말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다름이 아니라 오늘 기분 안 좋은 일 있으셨는지 자꾸 한숨과 함께 분노의 지우개질과 박력 있는 책장 넘기기 등 눈과 귀가 자꾸 가네요"라면서 "실례인 줄 알지만 음료 한 잔 드시고 스트레스 날리세요"라고 주의를 부탁했습니다. 이 발신인은 "조심스럽게나마 도서관 매너 부탁드립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발신인은 음료수도 함께 건넸는데요. "나름 비싼 음료수"라고 강조도 했습니다.

이 사진이 퍼지자 이를 본 네티즌은 "이런 귀여운 쪽지는 받으면 내 행동을 돌아볼 것 같다" "섬세하다" 등과 같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어떤 사람은 "독서실이 집이 아니지 않으냐"고 거칠게 묻는 데 또 어떤 사람은 "오늘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었느냐"며 음료수를 건넵니다. 정답은 없겠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상대방을 배려하는 행동으로 변화를 이끌어내려고 하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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