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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 '현대집안 장자' 행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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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선친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5주기 추모행사에 참가할 예정이다. 20일에는 정 명예회장의 서울 청운동 자택에서 제사가, 다음날에는 경기도 하남시 창우리 선영에서 추모행사가 예정돼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9일 "정 회장이 제사와 추모 행사를 주관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버지 추모행사를 장자(長子)가 주관하는 것은 당연한 얘기지만, 현대 가(家)의 속사정을 살펴보면 다르다. 정 회장은 형인 몽필씨가 1982년 교통사고로 숨진 뒤 실질적인 장자가 됐다. 그러다 2000년 '왕자의 난'을 겪었다. 현대그룹의 적통이라 할 수 있는 현대건설 등 주요 계열사를 동생(고 정몽헌 회장)이 맡았고,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끌고 나와 독립 경영을 하게 됐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2001년 작고했다. 정 회장은 2002년 선영에서 있었던 1주기 공식행사에만 참석했을 뿐 이후에는 선친과 관련된 행사는 물론 집안 모임에도 거리를 둬 왔다. 그는 외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을 집안 행사에 대신 참석시켰다. 그만큼 범 현대가와 왕래가 뜸했다. 그러던 정 회장이 선친의 추모 행사를 주관한다는 것은 앞으로 본격적으로 장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말이 된다.

정 회장은 지난해 5월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빈소에서 친지들의 안부를 묻는 등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빈소에서 정 회장은 집안 사람들로부터 "현대 가의 장자 역할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요청을 받았고, 그 자리에서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이후 집안 챙기기에 나선 정 회장은 사촌인 정몽혁 전 현대정유 사장을 현대차 계열 부품회사인 아주금속 사장으로 영입했다. 또 90년 사망한 둘째 동생인 몽우씨의 아들인 일선(36)씨를 계열 철강사인 BNG스틸 사장으로 두고 경영 수업을 시키고 있다. 정 회장은 그동안 정 명예회장의 손때가 묻은 청운동 자택과 계동 사옥을 관리하면서도 가족이 참가하는 추모사업에는 나서지 않았다. 창업주 흉상도 다른 주요 현대 계열사에는 있으나 현대차그룹에는 없다. 지난해 4주기 때 열린 추모사진전도 현정은 회장이 이끌고 있는 현대그룹이 주도했다. 재계는 정 회장이 주도하는 5주기 추모 행사가 끝나면 정 명예회장의 추모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정 명예회장의 사후 5년 만에 현대 가에 봄이 시나브로 다가오고 있다.

김태진 기자

*** 바로잡습니다

본지는 3월 10일자 2면에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장자로서 정주영 명예회장의 5주기 제사에 참석할 예정'이라는 기사를 썼습니다. 그러나 정 회장은 20일 정 명예회장의 제사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제사 참석 여부를 미리 예단해 보도한 것이 됐습니다. 이 점 정 회장과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취재 당시 여러 명의 현대차 그룹 관계자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정 회장이 제사에 참석할 것"이라고 말해 그런 보도를 했습니다. 정 회장은 기일에 앞서 지난 주말 경기도 하남시 창우리 선영을 찾았고, 제사에는 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참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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