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수출벽 신용·끈기로 뚫어라|미-중 토상 회사 대표 퀀래드씨 조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한-중공 관계개선 움직임에 따라「서해안시대」바람이 일고 사회각분야에서 중공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우리의 「영원한 이웃」일수밖에 없는 중공에 대해 얼마나 바로 알고있는가. 미-중무역상사를 직접 경영해 온 한주태생 한재미동포「안드레·퀀래드」씨가 충고의 글을 보내왔다.
나는 조그만 사업때문에 10여년전부터 중공에 지사를 두고 수출입업을 하고있다.
선교사였던 부친을 따라 세계 각지를 헤맸으며, 특히 중공 동북지방이 나의 유년기·소년기의 성장지였던 관계로 중공에는 아직 친지가 살고 있고, 또 소학교후배들이 현재 중공의 정계·학계·재계에 많이 있어 쉽게 각 성의 고위층과 교류를 가질 수 있었다.
요즘들어 한국과 중공관계가 가까와지고 있으나 한국인 모두가 아직 중국의 과거나 현재의 입장을 이해못하고, 또 연구도 변변치 못한 것 같아 불안하기만 해 몇가지 경험을 통한 충고를 드리고자 한다.
중국인과의 생활은 끈기있는 깊은 신용만이 유용할뿐 한국·일본의 얕은 상술이나 금전공세는 통하지 않는다.
중국인은 신용이 있는 인물, 또는 그런 사람이 소개하는 인물에 비중을 둔다. 대기업이나 자본주나 권력가에 접근하지는 않는다.
이것은 중국이 공산화되었지만 변함이 없다.
중공에는 1945년 이전까지 그렇게 극심하던 상납이나 「사바사바」를 이제 전혀 볼수없게 됐다.
내가 중공 각성 외무당국자·성장, 특히 무역총국장들과 접촉하면서 얻은 경험에 따르면 중공의 허가방식은 교섭하는 당사자가 아닌 당에서 결정하는 것인만큼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또 수입품과 수출품에는 2중가격을 매겨 공정거래와 불공정거래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중공의 공장에는 거의 35∼45년 사이에 쓰던 낡은 기계가 많고 그나마 소련군이 뜯어간 나머지가 90%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중공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기계설비·자금·국제시장등 세가지다.
중공은 이를 위해 자세를 온화하게해서 우선 외국기업의 진출을 허용한뒤 서서히 중공법에 맞춰나가는 방법을 쓴다. 여기엔 어느 누구도 당할 길이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처음에 맺은 계약을 완전히 사문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한국은 중공의 시장을 노리지만 이는 아주 어려운 일이다.
중공시장은 자체생산품으로 충당되며 기계수입이외에는 쓰지 않는다.
간혹 투자형식을 취해도 반드시 7O%이상의 수출을 의무화한다.
그러므로 원자재수출·가공업만이 유망한 것이며 완성품의 중공내 진출에는 2백%의 세금이 붙는다.
지금 한국은 중공을 너무 쉬운 이웃나라로 보고 있으나 중공은 한국을 아무것도 아닌 이웃으로 보고있고 북한에 대해서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게 보고있다.
한국과 중공은 장차 큰경쟁자가 될 소지가 너무 많다.
현재 이공계에서 중공학생이 매년 8백여명씩 미국에 공부하러 가고 있고 이들이 귀국해 60년대 모스크바 유학을 갔던 노장들과 서서히 세대교체를 하고있다.
중공의 저임금,무진장한 자재·인력은 한국에 대한 큰 위협이다.
중공에 한국기업이 진출할때는 종목별로 중점을 둔 자재구매계약·1차가공업및 수출인데,특히 한국과 수출경쟁이 안 되는 품목에 주력함이 좋다.
보통 원자재는 이미 일본대기업들이 10년뒤까지의 수집자금을 중공 각처에 뿌려놓았기 때문에 이 계약을 비집고 들어갈수 없는형편이다.
한국기업들은 몇년이후 일본에 진출하면서 무차별 수출경쟁으로 같은 품목에 10여개사가 달라붙어 가격도 손해보고 신용도 잃는데 일본사회에 불신을 심어준 바 있다.
중공진출은 대기업보다 알찬 중소기업이 가내공업수준에 머물러있는 중공중소기업과 관계를 맺는 것이 뿌리를 내리는 최상의 방법이다.
10억인구 시장을 쥔다고 착각하고 중공에 마구 들어간다면 1백에 한둘정도만이 성공할 뿐이다.
나는 전에 중공동북정부와 심양시무역국과의 계약에서 컬러TV건을 성사시키고 모든 부품을 한국에서 가져오기로 했었다.
년15만∼1백50만대 조립이었지만 정식계약서를 한국내 대기업인 D사·K사에 보여도 신용하지 않아 일본 빅터사로 넘긴적이 있다.
이것은 서울에서 몇년전부터 건달들이 한국-중공교역에 관한 허위문서를 가지고 설친다는 소문을 증명해준다.
결국 동북지방 20여곳의TV중계·송신소시설 설치도 일빅터사와 계약해야만 했다. 중공은 한국어·일어·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중공관리가 상담을 하며 시일을 끌면서 이쪽을 주시하는 한편 배후를 캐는 방식을 쓴다.
특히 한국인 2, 3세인 중공의 국장급 인사는 오로지 한국말을 하는 중공인이지 한국인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들은 중공의 이익을 위해 교섭하는 충실한 중공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요즈음 중공이 황해에 임한 항구도시를 정비한 것은 한국과의 교역을 위해 신축 또는 보수하는 공사가 아니다.
다만 중공남부항구정비가 완성됨에 따라 북부의 모든 항구가 정비될 단계일뿐인 것이다.
이것을 한국은 오인해서 한국과의 교역을 위한 항만신설이라고 믿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제대로 모르고 연구도 부족한 상태에서 너무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연구하고 장기적인 구상을 갖고 진지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