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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회장 "기업들이 일 벌이게 제도 설계해달라", 이낙연 총리 "규제 과감히 없앨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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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다 인원이 참석했지만 정부와 재계 사이의 거리감은 메워지지 않았다.

3일 코엑스서 '경제계 신년 인사회' #문재인 대통령 역대 4번째로 불참 #역대 최다 인원 1300명 참석했지만 #정부-재계 사이 '거리감' 곳곳서 노출

3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2018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는 정·관계, 노동계, 주한 외교사절 등 주요 인사 1300여명이 참석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962년 처음 행사를 시작한 이후 참석자 수가 가장 많은 행사가 됐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2018년에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열리게 된다"며 “선진국 진입의 관문으로 불리는 이 고지를 우리가 불과 반세기 만에 오른다는 것은 한국 경제의 자랑이자 커다란 성취”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들이 많은 일들을 벌일 수 있게 제도와 정책을 설계해주면 좋겠다”며 “정부 차원에서 개선할 수 있는 규제들을 찾아 바꿔 주신다는 최근 발표를 반갑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기업들도 공정하게 게임의 룰 지키고, 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일에 솔선하는 한해가 되로록 최선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기원하며 건배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기원하며 건배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인사말을 통해 "새해에는 대내외 여건이 나아질 것"이라며 "(중국의) 사드 보복이 풀렸고 김정은 위원장이 평창 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혀 안보리스크가 줄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 경제가 3만달러 시대에 머물지 않고 계속 성장하기 위해선 4차산업혁명에 조속히 진입해야 한다"며 "규제를 과감히 없앨테니 신산업, 신시장 개척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최저임금 노동시간단축 비정규직 정규직화로 경영부담 늘어날 것 잘 안다"면서 "노동관련 정책이 연착륙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여야 3당 대표는 신년 덕담을 통해 경제 정책과 현안에 대한 시각차이를 드러냈다. 추미애 더민주당 대표는 "노동자와 함께 한다는 의지를 다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한국 사회가 가진자를 증오하고 분노하는 사회로 가고 있다는 점이 유감스럽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최저임금이 급격한 오르고 규제프리존법은 통과되지 않는 등 걱정되는 점이 많다"고 날을 세웠다.

대한상의가 매년 1월 첫주에 주최하는 신년 인사회는 경제계 최대 행사로 대통령과 주요 그룹 총수들이 빠짐없이 참석해 왔다. 1974년 아웅산 폭탄테러 때나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 시기 등 불가피한 상황을 제외하면 매년 대통령이 참석했다. 하지만 올해는 청와대에서 일찍이 불참의사를 밝히면서 김이 빠졌다.

재계에서도 불참자가 많았다. 삼성에서는 구속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대신해 윤부근 부회장이, 현대차는 정의선 부회장을 대신해 정진행 사장이 참석했다. 당초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던 SK 최태원 회장은 임종석 비서실장과의 회동으로 주목도가 높아지자 김준 커뮤니케이션위원장(SK 이노베이션 사장)이 대신 참석했다. LG에서도 구본무 회장을 대신해 구본준 부회장 참석했다. 정부 측에서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영주 고용노동부장관, 백운규 산업부 장관, 유영민 과기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장관급 인사들의 참석이 많았고 노동계 대표가 참석한 것이 예년과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썰렁'한 분위기는 행사 전부터 감지됐다. 현장에 도착한 재계 인사들은 대부분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채 입장했다. 이영하 현대아산 대표의 "대북 사업 재개될 것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는 답변 정도가 이목을 끌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신년인사회의 대통령 불참으로 경제계와 거리두기, 이른바 '기업 패싱'이 심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는 전날 입법·사법·행정부, 지방자치단체, 노동계, 여성계, 문화예술계, 시민사회 등 각계 인사 240명을 초청하면서 경제계 인사 10여명을 포함시켰다. 이 자리에선 '촛불 혁명', '안전 사회' 등이 강조됐으나 경제 활력같은 기업 기살리기용 발언은 중요하게 언급되지 않았다. 지난해 말엔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재계 8대 그룹 경영진과의 만찬을 추진하다 돌연 취소했다. 연세대 경제학부 성태윤 교수는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권과 경제계와의 소통은 밀실에서의 만남이 아닌 한 잦을수록, 대화의 깊이가 깊을수록 경제 활력에 도움이 된다"며 "투명한 소통 위에서 투명한 정책이 나오고 기업들도 예측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희·김도년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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