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평창에 北대표단 오는 건 확실…김여정 오는 건 큰 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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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왼쪽)과 김여정 당부부장. [사진 조선중앙TV]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왼쪽)과 김여정 당부부장. [사진 조선중앙TV]

태영호 전 북한 공사는 “평창 올림픽에 북한 대표단이 확실히 온다”며 “그러나 김여정과 같은 친혈육을 보낸다는 건 김정은으로서는 큰 도박”이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평창올림픽에 최룡해 당비서나 김여정 당부부장 등 중요 인사가 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김정은이 동생을 평창에 보내는 도박을 할까”라 되물으며 이같이 밝혔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같이 기뻐하고 서로 도와주는 것은 응당하다’는 표현에 주목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선수단이나, 왜소한 대표단이나 보내려고 김정은이 이런 표현까지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예전처럼 미녀응원단까지는 아니더라도 올림픽 개막식 등에 예술단이라도 보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에서 지도자의 말은 ‘지상 명령’과 다를 바 없는데,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에 대해 저 정도로 얘기한 것으로 보아 북한 대표단의 올림픽 참가가 확실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북한 내 김여정 부부장의 위상에 대해선 “내가 북한에 있던 2016년까지도 김여정은 당 선전선동부 행사과장이었다”며 “김여정을 적극 내세우고 있는 것은 동생을 높은 자리에 올려놓고 싶어하는 김정은의 강한 의지의 반영일뿐, 김여정이 북한 내부에서 큰 역할을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상당한 지적 수준이 있어야 하는 일인데, 김여정은 아직 그런 레벨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 전 공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측을 향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향 등을 밝히며 화해 손짓을, 미국에는 ‘핵 단추가 책상 위에 있다’며 위협을 한 의도에 대해 “북핵문제 해결의 3대 축인 한국, 미국, 중국을 각각 흔들어서 대북제재 공조를 깨버리겠다는 김정은의 구체적인 생각이 신년사에 담겨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신년사를 통해 한국에는 대화와 평화 공세를, 미국에는 협박 공세를, 중국에는 쌍중단(북한 핵ㆍ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제의를 수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중국을 향한 메시지에 대해 “‘북과 남’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결국은 너희도 책임 있고 우리도 책임 있다는 얘기다. 결국은 중국의 쌍중단 카드를 북한이 수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부터 북한은 중국에 ‘우리가 당신네 쌍중단 카드를 받아들이지 않았느냐. 그러니까 당신들이 우리 요구를 받아서 미국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대화를 주선해라’고 요구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태 전 공사는 대북제재에 대해 “이대로 계속 나간다면 북한이 오래 견딜 수 없는 상황이 조성될 수 있는 위기까지 왔다. 그래서 김정은으로서는 평화적인 환경 조성을 앞세워 자기의 목을 조이고 있는 대북제재 공조를 각개격파의 형식으로 깨버리겠다는 의도”라며 “그 총체적인 큰 그림 속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카드는 김정은의 전략적 의도를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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