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코리안] 워싱턴시 아태계 주민 담당 구수현 부국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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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최근 한.미 관계가 삐걱거린다고 말들이 많잖아요. 이번 자매결연이 양국 관계 개선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미국 워싱턴DC 시청사에서 13일 열리는 서울과 워싱턴 간 자매도시 체결식을 가슴 뿌듯하게 기다리는 한인 동포가 있다. 워싱턴시 아시아.태평양계 주민 담당실(OAPIA)의 구수현(38.사진) 부국장이 주인공이다. 그는 자매결연의 1등 공신이다. 추진에서 성사까지 온갖 실무작업을 도맡아 처리해왔다.

구 부국장이 두 도시의 자매결연에 적극 나선 것은 지난해 4월부터. "서울시로부터 '자매결연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받고는 사실 깜짝 놀랐어요. 당연히 자매결연이 돼있을 줄 알았거든요."

알고 보니 그동안 여러 차례 자매결연이 추진됐지만 모두 흐지부지됐었다. 그래서인지 워싱턴시 당국은 처음에는 '이번에도 또 이러다 말겠거니'라며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다. 더구나 시 공무원 중에도 서울을 북한의 수도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적잖을 정도로 서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터였다. 오히려 시 관계자들은 남미 도시들과의 자매결연에 관심이 많았다. 2004년에 맺은 베이징.방콕과의 자매결연으로 아시아 국가들과의 교류는 충분하다는 입장이었다.

구 부국장은 시 고위층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워싱턴 지역 한인 동포들을 앞세웠다. 한인 상인들을 중심으로 '서울.워싱턴 자매결연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시 정부에 무언의 압력을 가했고, 이후 끊임없는 토론과 설득 끝에 결국 좋은 결실을 보게 됐다.

"서울과 워싱턴이 단지 양국의 수도로서만 관계를 맺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자매 도시가 될 수 있도록 구체적 프로그램을 준비 중입니다. 홈스테이를 통해 교환학생들의 체험학습을 활성화하고, 워싱턴 도심 재개발 사업에 한국 기업의 참여도 적극 추진할 생각입니다. 서울시가 한발 앞서가고 있는 전자행정.홍보 등 행정 서비스도 벤치마킹할 생각이고요. 찾아보면 두 도시 모두에 유익한 일이 참 많습니다."

한국에서 동시 통역사로 활동하다가 1998년 미국인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온 그는 2001년 워싱턴시 공무원에 임용됐으며 지난해 10월 OAPIA 부국장으로 승진했다. 현재 워싱턴시 당국에서 한국계 공무원으로는 최고위급이다.

워싱턴지사=박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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