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영장 남용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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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대법원장이 "검찰이 기업비리를 수사하기 위해 청구하는 압수수색.계좌추적 영장도 구속영장처럼 엄격하게 심사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6일 대법원장 공관에서 열린 전국 수석부장판사들과의 만찬자리에서다.

만찬에 참석했던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대법원장은 "수사기관이 수사를 위해 1년치 장부만 필요한데도 2~3년치 장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본래 수사대상과 전혀 다른 혐의를 찾아내 수사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의 당부는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쉽게 발부해 주는 바람에 기업활동이 중단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재계의 지적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 만찬 참석자는 "수사 대상자가 불필요한 기본권 침해를 겪지 않도록 범죄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는 판사가 엄격히 심사해 기각하라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전했다. 최근 5년간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율은 83~86% 수준이다.

반면 압수수색.계좌추적 영장 발부율은 95%를 넘었다. 이 대법원장의 발언은 이 같은 기존 영장발부 관행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등 법원은 대상이나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검찰의 압수수색영장에 대해 발부를 일부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간부급 검사는 "분식회계 등의 정황이 포착돼 압수수색을 하게 되면 해당 연도의 장부뿐만 아니라 그 전후로 비교할 자료도 필요하다"며 "압수수색 대상을 제한하게 되면 수사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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