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한국공항공사, 비정규직 인건비 내역 공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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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 등 전국 14개 공항을 관리·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인건비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노조, 공항공사 상대 정보공개 청구 #재판부, "체결된 계약, 비밀 아니다" #"실제 인건비내역, 법 준수 감시 필요"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노조) 서울·경기지부 사무국장 A씨는 지난 3월 한국공항공사를 상대로 최근 5년간 용역계약과 관련된 자료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A씨가 요청한 자료는 용역계약 원가 계약서, 근로조건 이행확약서, 실제 인건비 지급 내역 등이었다.

한국공항공사 전경. [사진 연합뉴스]

한국공항공사 전경. [사진 연합뉴스]

한국공항공사는 용역입찰 공고문 등 일부 정보에 대해 조달청 나라장터에서 열람할 수 있다고 알려주면서도, 핵심 정보인 실제 인건비 지급 내역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용역업체의 경영상 비밀에 해당하고 인건비 지급 내역에는 개인정보가 포함돼있다는 이유였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김정숙)는 A씨가 한국공항공사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에서 A씨 손을 들어줬다고 31일 밝혔다.

법원은 먼저 용역계약 원가계산서 등이 비공개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A씨의 의견을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원가는 계약 시점에 따라 달리 책정되는데 이미 계약이 체결됐다면 해당 정보를 더이상 비밀로 볼 수 없다”며 “공개된다 하더라도 향후 계약 체결에 대해 불공정한 영향을 줄 만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실제 인건비 지급 내역에 대해서는 감시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재판부는 “통상 기업의 직원들에 대한 인건비 지급 내역은 경영·영업상 비밀에 해당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인건비 지급 제출한 업체들이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을 준수하겠다고 확약한 만큼 이를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근로자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주소 등 개인정보는 비공개 대상이라고 봤다.

재판 과정에서 한국공항공사 측은 광범위한 자료를 정보공개 청구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근로자의 노동권 보장, 처우 개선 등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노동조합 간부가 소속 근로자의 노동권 보장, 처우 개선에 활용할 목적으로 한 정보공개 청구를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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