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마지막 승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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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16강전> ●박정환 9단 ○자오천위 4단

12보(144~163)=자오천위 4단은 144로 찌른 다음 146, 148로 좌상에서 마지막 힘을 내본다. 어떻게든 변화의 빌미를 만들어보려는 몸부림이다. 150까지 부분적으로는 백의 수순이 훌륭하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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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 분전은 여기까지였다. 이후 163까지 수순으로 좌하 백집이 깨져서는, 백으로선 도저히 회복 불가능이다. 더는 해볼 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한 듯, 자오천위 4단은 돌을 놓지 못했다. 잠시 후 163수 만에 항복을 선언하고 말았다(162…▲).

만약 바둑이 더 이어졌다면 '참고도' 같은 수순이 예상된다(9…▲). 흑4가 좋은 수라서 흑마가 쉽게 포위되지 않는다. 백5로 막아 잡으러 간다면 수상전이 벌어지는데, 백이 A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백마가 한 수 부족하다. 자오천위 4단은 아마 이 그림을 그려보고 패배를 인정한 듯하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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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국은 박정환 9단의 마지막 승전보가 됐다. 자오천위 4단을 꺾고 8강에 진출한 박 9단은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게 된다. 32강전 더블 일리미네이션에서 자신에게 패해 패자 부활전까지 갔다가 기사회생한 중국의 신예 구쯔하오 5단이다. 모두가 우승 후보인 박 9단의 승리를 점쳤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올해 삼성화재배의 또 하나의 이변이었다. 163수 끝, 흑 불계승.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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