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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글로벌 금융위기 10주년, 투자 전략은 이렇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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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미국 동부시간으로 2008년 9월 15일 새벽 두 시에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이 결정되었다. 한국서 접한 뉴스에 “올 것이 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필자는 회사에 가려고 옷을 챙겨 입었다. 그 이후에 전개된 일들은 모두 기억할 것이다. 일반 투자자는 반 토막이 된 펀드에 망연자실했고, 정책 당국은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걱정했다. 새해가 밝으면 금융위기 10주년이다. 비록 아픈 기억이라도 과거를 돌이켜 본다면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다.

글로벌 불균형 완화, 재발 안할듯 #그럼에도 자산배분 전략은 중요해 #이익 호전 전통산업에 관심 필요 #부동산·인프라 투자 위험 따져야

금융위기의 원인은 복잡하다. 정답 찾기는 학자들 몫이지만 필자의 생생한 기억만으로도 몇 개의 요인을 찾을 수 있다. 시작은 글로벌 불균형이다. 쉽게 말해서 미국의 이른바 쌍둥이 적자에 대비되는 개도국의 과도한 설비투자 및 경상수지 흑자다. 쌍둥이 적자 상황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과도한 통화 공급이라는 유혹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과도한 통화 공급 때문에 부동산과 천연자원 같은 자산 가격에 버블이 생기고, 이런 버블은 많은 이에게 큰돈을 버는 기회가 된다. 소득 요건에 한참 못 미치는 사람들에게 주택을 사라고 대규모 대출이 이루어지고, 그런 대출을 모아서 구조화된 파생상품을 만들어서 금융 회사끼리 사고팔았다. 그런데 흥청망청 파티 끝 무렵에 이상하게도 돈이 부족한 현상이 발생한다. 실은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다. 빚에 빚을 내서 무엇인가를 사거나 투자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빚을 갚을 때가 되면 현금이 부족한 건 당연한 이치다.

요즘 선진국 경기가 좋은 편이다. 일부 자산 가격의 버블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이 금융 위기 직전과 비교할 상황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금융위기 발발 이후 십 년 동안 금융 시장과 금융 산업은 어마어마하게 변했다. 각국 정부는 실물 경제의 붕괴를 막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근원 통화를 공급했지만, 대출 시장은 차분한 편이다. 오히려 은행은 대출 자산을 매각하며 위험 관리에 열중하고 있다. 부동산과 다른 자산 가격은 실물 경기를 반영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고, 글로벌 불균형도 상대적으로 많이 완화되었다. 물론 일부 자산의 위험은 존재한다. 그러나 위험 요인들끼리 연쇄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은 십 년 전에 비하여 잘 차단되고 있다. 오히려 글로벌 경제는 금융 위기에서 벗어나 전대미문의 기술 혁신을 경험했다. 스마트폰,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 가히 4차 산업혁명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발전상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따라서 일반 투자자가 현명한 투자 전략을 구사한다면 제법 좋은 수익률을 올릴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핵심은 역시 자산 배분 전략이다. 나의 노후를 책임지는 것은 생애 주기에 따른 투자 전략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투자자 개인의 연령과 위험 선호도에 따라 위험 자산과 안전 자산을 배분하는 것은 투자의 알파요 오메가다.

국내 주식 투자에서는 2017년의 상승을 이끌었던 이익 실적과 성장주라는 키워드가 계속 유효하다. 전통 산업에서도 이익이 호전되는 곳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유망 분야가 궁금하다면 관심 업종과 종목에서 공시되는 이익 실적을 추적하라. 그다음에 적정 주가 수준을 정하여 시장 가격과 비교하여 매매하면 된다. 한편, 요즘 일반 투자자가 실물자산과 대체 투자를 할 수 있는 방편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에 수익률 제고의 기회가 된다. 부동산 투자, 인프라 투자, 은행의 대출 채권에 대한 투자 등이 그런 예이다. 투자의 속성상 몇 년 동안 자금이 묶이면서 중간에 배당을 받는 경우가 많다. 예상 배당 수익률이 예금 금리보다 충분히 높은지, 내가 원하는 식으로 환 위험이 제거되는지, 그리고 만기에 자산 처분 이익이 가능할지 등을 면밀하게 따져주는 조언을 꼭 들어야 한다.

연말연시에 가장 흔한 덕담이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얘기다. 신문 경제면을 읽는 독자 입장에서 건강 다음으로 받고 싶은 큰 복은 성공적인 재산 증식이 아닌가 싶다. 새해 독자 여러분 모두 과거의 경험을 되살려 위험을 피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재산 증식에 성공하시길 기원한다.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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