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경제 선생님] 다이어트 광고 보고 조를 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5면

어느 날 자녀가 무턱대고 다이어트 광고만 믿고 부모님을 조른다면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각종 다이어트 광고는 '한 달에 6~7㎏이 자연적으로 감량됩니다', '굶을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등 감언이설로 감수성이 예민한 10대 청년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돈이 얼마나 드는데, 그걸 하겠다고 하는 거야? 공부만 열심히 해봐라, 그냥 살이 절로 쏙쏙 빠진다"거나 "집 앞에 학교운동장 놔두고 뭐하냐, 거기 가서 뛰면 되지" 등의 이야기만 하면 자녀와 더 이상 대화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보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구체적 사례를 들어 광고의 허실을 짚어주는 것이 더 설득력 있습니다.

다이어트 프로그램만 해도 효과에 비해 과장 광고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체중감량이나 임상실험 결과를 실제보다 과장하고 있는 반면, 제조업체.판매업체 등 소비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기본정보는 소홀하게 표시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같은 소비자단체엔 이런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신고와 호소가 많이 들어옵니다. 더 큰 문제는 다이어트 프로그램 이용 중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부작용은 소비자에게 미리 알려야 하는 정보이지만, 보통 광고는 소홀하게 다룹니다. 자녀가 구입하고 싶어하는 다이어트 광고에 이런 내용이 있는지 찾아보도록 해보세요.

실제로 2003년 1월부터 4월까지 소보원에 접수된 4백75건의 소비자상담 중 두통, 구토, 피부염, 위염 등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감량효과가 없었다는 사례가 무려 47%(2백23건)에 달했습니다. 살을 빼기는 커녕 건강까지 망치는 일까지 있는 것입니다. 또 구입후 관리를 제대로 해주지 않는 사례도 24.6%(1백17건)나 됐습니다.

다이어트 광고는 현대 광고의 장단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광고는 상품의 특성을 많은 소비자들에게 알려줌으로써 판매를 촉진시킵니다.

소비자들에겐 필요한 상품 정보를 전달해주는 역할도 합니다. 하지만 광고가 상품의 모든 장단점을 담아낼 수는 없습니다. 특히 광고는 속성상 장점을 더 부각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광고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경험을 통해 자녀들이 광고의 한계를 스스로 파악해가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김인숙 한국소비자보호원 선임연구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