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삼성화재배세계바둑오픈] 2라운드는 뤄시허의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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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결승 2국 하이라이트>
○ . 뤄시허 9단(중국) ● . 이창호 9단(한국)

'한번 해보자'고 사납게 나오는 것은 오기일 수도 있고 배짱일 수도 있다. 이런 자세는 강렬한 기세를 지닌 승부사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창호 9단에겐 이런 분위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전심전력으로 위기를 피하고자 애쓴다. 그의 진지함과 노심초사가 바둑돌에 그대로 묻어난다. 이창호가 부채에 쓰는 '성의(誠意)'라는 글자는 곧 이창호의 일관된 자세라고 할 수 있다.

장면1(85~93)=85로 뛰어나가 이창호 9단은 드디어 좌변과 중앙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그는 잠재력을 지닌 백의 좌변이 크게 창궐하는 것을 두려워했고 이를 막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다. 그 목표(?)를 이룬 것이다.

하나 86, 88로 한 점을 잡은 백의 실리가 짭짤하다. 뤄시허(羅洗河) 9단이 백△와 흑▲를 교환할 때부터 노리고 있던 수다. 가만히 보면 시커멓던 우하 흑진에 뛰어든 백이 제법 큰 집을 내고 안정했으니 이는 백의 성공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형세는 어떻게 변했을까.

조훈현 9단은 "초반 우상에서 백이 너무 당한 것 같다. 하변에선 백이 무척 잘된 느낌인데도 바둑은 조금이나마 흑이 나아 보인다"고 말한다. 91, 93으로 이 9단은 중앙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장면2(94~101)=중앙 백은 살릴 수도 있고 버릴 수도 있다. 왼쪽 흑도 미생이란 점을 감안하면 살려두고 싶은 마음이 강해지기도 한다. 뤄시허 9단은 94로 동태를 살피더니 96으로 원병을 띄운다. 96이 오면 97은 절대의 한 수. 이곳을 백에게 선수로 막히는 것은 너무 치명적인 손해여서 중앙 체포 정도로는 채산이 맞지 않는다.

그 다음 98로 살려냈다. 여기서 이창호 9단의 강타(99, 101)가 터져나왔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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