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이쑥] 외우지만 말고 소리내서 읽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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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태 현대고 교사

이우학교 고2 영어수업시간 도중 미국인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영어는 책장에 먼지 쌓이듯 는다'는 말이 있다. 책장이 늘 그 자리에 있어 먼지가 쌓이는 것처럼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할 때 실력의 향상을 맛볼 수 있다는 얘기다. 영어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효율적인 영어 학습을 위해 몇가지 유념해 둬야 할 점이 있다. 먼저 고등학교 과정을 거친 선배로서, 고교에서 영어를 담당하는 교사로서 영어공부에 필요한 몇 가지를 당부한다.

첫째, 영어를 입에 붙여야 한다. 영어의 강세(악센트)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곳에 있지 않다. 필자는 대학시절 뉴스위크지를 읽고 발표하는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2학년이던 어느 날, 필자의 발표가 끝나고 강의실을 나서는데 같은 과 후배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선배님이 읽을 때 강세가 제대로 반영이 안 된다"는 얘기였다. 필자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강세가 유난히 강조되던 시절이었고 강세 문제를 틀린 적이 한 번도 없었으며, 나름대로 강세규칙까지 만들기도 했던 터라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뉴스위크를 읽고 녹음해 보니 important의 강세를 im에 두는 등 어이없는 실수를 하고 있었다. por에 강세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저지른 실수였다. 이는 입 밖으로 끄집어내는 연습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어는 입에 붙이는 것이다. 입에서 어느 순간이고 자연스럽게 나올 때 영어는 완성된다. 따라서 입에 단내가 나도록 영어를 소리 내어 읽어야 한다. 단어도 소리 내어 읽으며 외우는 게 효율적이다.

둘째, 예습보다는 복습이다. 고등학교 영어는 중학교에 비해 수업 시간에 다루는 단어의 수준이 높고 개수가 많다. 갑작스레 늘어난 어휘의 개수나 수준에 절대 당황하지 말고 매일 복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어휘 노트를 만들어 정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중요 어휘는 사전을 활용해 그 다양한 의미와 예문을 확인해야 한다.

셋째, 오답노트는 필수적이다. 틀린 문제는 또 틀린다. 1학년에 세 차례, 2학년에 세 차례, 3학년에 여섯 차례 정도 모의학력평가시험을 치르며 수학능력시험에 대비하게 된다. 저마다 목표하는 등급이 다르겠지만 영어의 경우 모두 까다롭게 느끼는 문법이 있다. '한 번 틀렸으니 다음에 나오면 맞겠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으면 또 틀린다. 오답노트가 필요한 이유다. 만들어 놓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거듭 확인해야 한다. 1등급의 비결이 거기에 있다.

넷째, 글은 예측이다. 수학능력시험은 시간 싸움이다. 누가 얼마나 빨리 내용을 파악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글을 읽으면서 이어질 내용을 예측하는 능력이다. 문장에 나타난 저자의 어조를 바탕으로 이어질 문장이나 문단의 내용을 예측하면서 읽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래야 글을 이해하는 속도가 빨라진다.


◆ 학부모들이 도와주려면=자녀들이 입학하고 한 달을 전후해 처음으로 모의학력평가시험을 보게 된다. 중학교 과정과 그때까지의 진도를 감안해 출제를 시도하지만 영어의 경우 교과서 외의 곳에서 지문을 발췌하므로 그 수준에 맞는 어휘로 구성된 지문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 즉 체감적으로 어려운 문제들을 접하게 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자녀들이 그동안 받아보던 점수와 다른 점수를 받고 낙담할 수 있다.

육상태 현대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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