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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7박 8일] 들쭉술 40% 할인…큰길가에 주유소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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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달 25일 평양~개성 고속도로가 시작되는 통일거리에서 평양 중심부 쪽으로 다리를 건너자 처음 보는 간판이 나타났다.

'지성 차주유소'였다. 외부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주유소가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대로변에서 주유소를, 그것도 남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의 주유소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보통강호텔의 한 의례원(봉사원)조차도 "구역별로 주유소가 있지만 큰길가에 주유소가 있는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26일 서울로 돌아오기 위해 탄 중국 베이징(北京)행 고려항공기에서는 더욱 색다른 경험을 했다. 간단한 음료 서비스가 끝나자 기내방송에서 "잠시 후 기념품 판매를 봉사해 드리겠습니다"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잠시 후 여승무원 두명이 기내판매품을 실은 카트를 밀고 나왔다.

지난 2월 방북 때는 기내판매가 없었다. 판매품으로는 1.5달러 하는 조그만 수예품부터 북한산 술.화장품 등이 있었다. 그러나 아직은 어딘지 모르게 서툴렀다. 연신 "다시, 다시"하며 유로.달러 환산에 한참 걸렸고, 처음 해보는 기내판매에 어색한 표정이 역력했다.

지난 2월 방문한 뒤 6개월 만에 다시 찾은 평양에는 이렇게 새로 등장한 풍경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특히 지난해 7월 시작된 경제개혁 이후 '독립채산제'가 강화되면서 평양시 인민봉사총국, 각 구역 상업관리소 소속 기관, 상점들에서는 수입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

지난해 거리에 대거 설치되기 시작한 간이매대(판매점)는 이제 완전히 일상화됐고, 저녁 때가 되면 각 상점.식당 앞에는 포장을 친 간이술집까지 등장했다. 동명왕릉에 가 보니 평양 만수대창작사에서 출장판매를 나와 화가들이 직접 그림을 팔고 있었다.

22일 백두산 베개봉호텔 안에 있는 상점에서 놀란 것은 백두산들쭉술에 붙어 있는 '할인 40% 4백65원'이란 가격표였다. 평양공항 면세점(북한돈 6백44원)보다도 싼 가격이었다. 옆에 있던 안내원은 "백두산들쭉술은 이곳에서 나오는 술이라 공급이 잘 되고, 운송비가 적게 들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스의 영향으로 관광객이 줄어 재고가 쌓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 보았다. 이유야 어쨌든 경제개혁 1년이 지나면서 북한의 주민들이 점차 '장사'에 눈뜨고 있다는 점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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