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서 관광 비수기 틈타 억대 도박판 벌인 도박단 검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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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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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릉도에서 억대의 도박판을 벌인 도박단이 경찰에 검거됐다.

겨울철 배 일부 운항 중단하는 울릉도 #조직폭력배 주도 아래 주민들 도박판 #화투 구멍 뚫어 도박 칩 만들기도

울릉경찰서는 지난 24일 이모(46)씨를 도박장 개장 혐의로 구속하고 도박에 참여한 김모(56)씨 등 7명을 상습도박 혐의로 불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지난달 초부터 검거 직전까지 울릉도의 한 숙박업소 특실을 임대해 19차례에 걸쳐 도박판을 벌였다. 경찰 조사 결과 도박장을 개장한 이씨는 포항지역에서 활동하는 조직폭력배인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대부분은 40~50대 울릉지역 선·후배 사이로 울릉도에서 자영업과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씨는 목돈이 있을 만한 사람들을 선정해 도박장소와 도박시간을 비밀리에 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울릉 도박단 현장 검거에서 나온 증거물들. [사진 울릉경찰서]

울릉 도박단 현장 검거에서 나온 증거물들. [사진 울릉경찰서]

경찰은 관광 비수기를 맞아 도박판을 벌인다는 소문을 들은 뒤 현장을 급습하기 위해 강상길 울릉도 경찰서장까지 포함한 대규모 검거팀을 구성했다. 그러다 지난 21일 도박판을 벌인다는 첩보를 입수해 의경을 포함한 25명의 검거반이 도주로를 차단한 뒤 현장을 덮쳤다.

경찰은 현장에서 현금 870만원, 칩 3000만원 등 판돈 3900만원과 이씨의 장부를 압수했다. 이 장부에서 경찰은 약 2개월 동안 1억2000만원의 판돈으로 도박판이 운영된 것으로 확인했다. 이씨는 도박자금이 떨어지면 화투에 구멍을 뚫어 1장당 10만원권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도박 칩을 만들어 고리의 선이자(100만원당 5만원)를 떼고 도박자금을 빌려 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모텔 특실 문을 잠그고 도박참여자들끼리 통하는 암호를 설정해 출입했다. 단속을 대비해 도박판이 열릴 때마다 모텔의 양쪽 계단 문을 잠가 경찰의 출입을 차단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숙박업소 관계자는 이들이 도박판을 벌이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숙박업소 관계자는 "관광 비수기인데 장기렌트하겠다고 해 방을 내줬다. 청소는 알아서 할 테니 들어오지 말라고 하길래 커플인 줄만 알았지 도박을 했는지는 몰랐다"고 진술했다. 겨울철 울릉지역은 한파 등의 이유로 배의 일부 노선 운항이 중단돼 관광 비수기다.

울릉 경찰은 관광 비수기를 맞아 지난달 1일부터 내년 3월까지 도박 특별단속기간을 운영 중이다. 손우락 울릉서 수사과장은 "이번에 검거된 도박사범 외에도 도박 행위를 하는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강력한 단속을 지속적으로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울릉=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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