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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경이로운 스타 여배우 줄리앤 무어가 동화 작가? '원더스트럭'

중앙일보

입력

‘원더스트럭’ / 사진=CGV아트하우스

‘원더스트럭’ / 사진=CGV아트하우스

[매거진M] 토드 헤인즈(56) 감독은 “나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어린이 영화”라고 ‘원더스트럭’(원제 Wonderstruck, 내년 2월 개봉 예정)을 소개한다. 두 여자의 러브 스토리를 우아하게 그려냈던 ‘캐롤’(2015)을 만든 감독의 다음 행보로선 꽤 특이하지만 영화가 시작되면 헤인즈 감독의 연출이 여전함을 깨닫게 된다.

'원더스트럭' 줄리앤 무어 인터뷰 #"역시나 정체성을 고민하는 '토드 헤인즈' 영화다"

1920년대에 좋아하는 배우(줄리앤 무어)를 찾아 무작정 뉴욕에 온 청각 장애인 소녀 로즈와, 1970년대에 엄마(미셸 윌리엄스)를 잃고 사고로 귀가 들리지 않게 된 채 생면부지 아빠를 찾아 뉴욕에 상경한 소년 벤(오크스 페글리)이 주인공. 1920년대 무성영화 같은 흑백 영상과 1970년대 독립영화 같은 활기 넘치는 화면이 뉴욕 자연사박물관을 중심으로 교차하는 가운데, 영화는 조심스럽게 소녀와 소년의 관계에 얽힌 비밀을 펼쳐 놓는다.

2011년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스크린에 옮긴 동화 『위고 카브레』(뜰북)의 작가 브라이언 셀즈닉의 인기 소설 『원더스트럭』(뜰북)이 원작. 실제 청각장애인인 밀리센트시몬스가 로즈 역할을 맡아 말없이 소통하는 연기를 경이롭게 보여주고 ‘토드 헤인즈 영화’의 영원한 히로인 줄리앤 무어가 1인 2역을 소화하며 영화를 더 신비롭게 만든다. 영화의 무대인 미국 뉴욕에서 토드 헤인즈 감독과 줄리앤 무어를 만났다.


‘원더스트럭’ / 사진=CGV아트하우스

‘원더스트럭’ / 사진=CGV아트하우스

━아이들과 연기하는 걸 좋아하나?
“음, 특별히 좋아하진 않는다. 하하하하. 농담이다! 배우라는 직업의 좋은 점은 일하면서 모든 연령대와 성별의 문화 및 언어를 접하는데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은 사라지고 오로지 장면에만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원더스트럭’에선 한참 어린 아이들과 만났다. 특별한 아이인 밀리센트 시몬스는 표현력이 좋아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배우였다. 그 모습을 보니 또 흥분됐다. 이게 또 배우라는 직업의 재미인데 누가 어떤 배우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누군가의 좋은 연기를 인지하게 되면 기분이 매우 좋다. 나이나 언어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토드 헤인즈가 다른 감독들과 다른 점은.
“위대한 감독들은 독자적인 감각과 매우 상세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훌륭한 감독이라면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과 그 비전을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헤인즈는 그런 감독이다. 자신이 보여주고자 하는 세계에 대해 정확하고 알고 있고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 매 장면의 시점까지 세밀하게 생각하고 연출한다. 내 생각에 감독이 하는 중요한 일은 관객의 시선을 고려해 연출하는 것이고 헤인즈 감독은 그걸 아주 잘해낸다.”

‘원더스트럭’ / 사진=CGV아트하우스

‘원더스트럭’ / 사진=CGV아트하우스

━헤인즈 감독이 이런 어린이 영화를 만든다고 할 때 놀라지 않았나.
“아홉 편의 동화를 쓰면서 동화 작가들과 알고 지내게 됐다. 그 덕에 ‘원더스트럭’ 원작자인 브라이언 셀즈닉도 만났다(무어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토대로 2007년 처음 펴낸 동화 『주근깨가 어때서?』(책그릇) 시리즈와 2013년작 『우리 엄마는 외국인』(봄볕) 모두 국내 출간돼 있다). 때문에 브라이언이 ‘원더스트럭’의 연출자로 가장 원하던 감독이 헤인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그는 항상 정체성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왔고 그 정체성을 가진 개인이 택한 세계를 그려왔다. ‘원더스트럭’도 그런 면에서 연결이 된다. 정체성이 어떻게 문화를 선택하고 자신의 언어를 선택하게 만드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원더스트럭’도 헤인즈다운 영화라고 생각한다.”

━극 중 스타 배우로 등장한다. 실제 스타인 당신은 관객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견뎌내고 있나?
“영화에서 밀리센트가 나를 우상처럼 추앙하는데 사실 영화 스타를 사랑하는 방식은 우상 숭배가 아니다. 사람들은 대중적인 스타를 좋아하지만, 그 감정은 매우 개인적이다. 이들은 스크린에서 우상을 보고 있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보고 있다. 새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관객들이 나에게 와서 ‘이 영화는 내 이야기라고, 당신이 연기한 캐릭터는 바로 나’라고 얼마나 많이 이야기하는지 모른다. 스타와 팬은 그런 관계다. 이것도 사랑이고 진짜 관계다. 그래서 우리가 영화를 좋아하는 게 아닌가.”

━관객이 ‘원더스트럭’을 어떻게 봐줬으면 좋겠나?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소통하기 위한 언어를 찾아내서 메시지를 보내는 것에 관한 영화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 속에 등장하는 빌딩·예술작품·유산 등 뉴욕이란 도시의 모든 것이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다양한 방식으로 말을 건넨다. 이 영화를 통해 진정한 소통에 대해 생각할 수 있길 바란다.”

뉴욕=홍수경 영화 저널리스트 사진=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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